'박원순 성폭력' 2차 회견… "서울시는 진상규명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입장 밝혀
  • ▲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서울 모처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측이 지난 4년간 20여명에게 고충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외면과 회유성 벌언들 뿐이었다며 서울시가 주관하는 진상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서울 모처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측이 지난 4년간 20여명에게 고충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외면과 회유성 벌언들 뿐이었다며 서울시가 주관하는 진상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지난 4년간 20여 명에게 고충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외면과 회유성 발언뿐이었다"며 서울시가 주관하는 진상조사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재차 강조했다. 또 경찰 고소 전 검찰에 상담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로 밝혔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서울 중구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박 전 시장 개인적 문제를 넘어선 조직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서울시 공무원 20명 성추행 사건 은폐 가담… 전형적인 조직적 범죄"

    피해자 측에 따르면, 현재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건과 관련해 4건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전 시장을 A씨 측이 성추행으로 고소 △서울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 방조 관련 제3자 고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관련 추가 고소 △피해자 고소 사실이 피고소인에 전달된 데 따른 공무상 비밀 누설 관련 제3자 고발 등이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공무원 20명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조직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인사이동 시기 때마다 인사담당자에게 고충을 호소하고, 다른 관계자들에게도 박 전 시장이 보낸 속옷 사진과 음란 텔레그램 등을 보여주며 피해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달라' '예뻐서 그랬겠지' 등의 말을 했다"며 "성추행을 적극적으로 방지하지 않았고, 피해자 호소를 회피해 방조 혐의 또한 인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의 성추행 방조와 관련해 진술했다. A씨가 기억하는 이들만 비서실에서 이동하기 전 17명, 이동 후 3명으로, A씨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은 물론 인사담당자도 포함됐다고 한다.

    경찰 고소 전 검찰 면담 요청했지만 불발

    A씨 측은 이날 경찰 고소 전 검찰에 성 피해 면담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에 고소하기 하루 전인 7일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며 "검찰과 면담이 무산된 후 8일 피해자를 만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 ▲ 서울시는 이날 오후 A씨 측이 합동조사단 참여를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향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륭 기자
    ▲ 서울시는 이날 오후 A씨 측이 합동조사단 참여를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향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륭 기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도 서울시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송 처장은 "시 관계자들이 이상한 낌새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다년간 지속된 성추행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책임회피이자 앞으로 있을 피해자 진술을 미리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송 사무처장은 "피해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20명에 달하는 동료들이 사건을 은폐, 왜곡, 축소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명확해진 것은 본 사건이 박 전 시장 개인적 문제를 넘어 조직적 범죄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시가 주관하는 진상조사에 반대하는 견해를 재차 밝히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서울시 주관 진상조사에 재차 반대…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요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시장을 정점으로 한 업무체계는 침묵을 유지하게 만드는 위력적 구조인데 이 구조가 바뀔지 확신이 들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은 내부 조사에 진실된 응답을 하기 어렵다"며 "외부인으로 구성되더라도 서울시가 직접 주관·관리하는 조사라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 자체 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관 성희롱 조사 및 구제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조치·직권조사·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들 단체를 통해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공개했다.

    A씨는 메시지에서 "문제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라며 "피해자로 보호되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과정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질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합동조사단 참여 거부 유감… 인권위 조사 시 적극 협조"

    한편 서울시는 A씨 측의 기자회견 이후 합동조사단 참여를 거부한 데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향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피해자 지원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이라는 황인식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방조·묵인, 피소사실 유출 등과 관련한 경찰·검찰 수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