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시에도 ‘한류’ 못 막아… 5월~7월 평양서만 청소년 70여 명 붙잡혀
  • ▲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USB 드라이브. 탈북민 단체는 대북전단을 살포할 때마다 이런 USB를 함께 보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USB 드라이브. 탈북민 단체는 대북전단을 살포할 때마다 이런 USB를 함께 보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당국에 적발되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해진다. 그런데 최근 북한 노동당 중앙당 간부가 “주민 70%가 남조선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고 털어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노동당의 동영상 강연회가 진행됐는데 영상에 나온 중앙당 간부가 주민의 70%가 남한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고 말했다”는 북한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함경북도에 산다는 소식통은 지난 3일과 4일 청진시에서 각 기관과 조직 별로 진행된 동영상 강연회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영상에 등장한 중앙당 간부는 “전국적으로 70%의 주민들이 남조선 괴뢰들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며 심지어 그들의 말과 글을 따라하는 현상이 사회에 만연 되어 있다”며 “우리의 민족문화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에 나온 간부는 ‘남조선 괴뢰들의 말 찌꺼기를 따라하는 현상을 철저히 없애라’며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은 사례들도 소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영상에는 한국 말투를 따라하던 청년들이 각 지역 사회안전부(한국의 경찰에 해당)에 체포돼 취조 받는 과정도 공개됐다. 당국에 붙잡힌 청년 수십여 명이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를 깎고 족쇄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7월 들어 당국이 남한 문화 침투를 막기 위해 사상교양 사업(사상교육)과 함께 법적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미 주민들 사이에 깊이 뿌리 내린 남한 문화에 대한 호감과 유혹을 차단하기에는 늦었다”고 주장했다.

    평양 사법기관 간부 “한국 문화 차단, 이미 늦었다”

    한국식 말투와 글은 이미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양시 사법기관 간부라는 소식통은 “지난 5월 최고존엄(김정은)이 ‘이색적인 사상문화와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라’는 지시문을 하달한 뒤 사회안전부가 두 달 동안 단속을 벌여 평양시에서만 70여 명의 청소년들을 체포·구속했다”고 전했다.

    당국에 붙잡힌 청년들의 혐의는 “언어생활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지키지 않고 반동적인 단어와 발음, 어휘, 표현을 따라하고 유포한 죄”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평양시 사회안전부는 이 과정에서 남한 말과 글을 따라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그는 “당국은 지난주 평양을 비롯한 전국 각 도시에 남한 말을 따라하는 사람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라고 또 한 번 강력히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하지만 당국의 단속과 처벌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평양에서는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말과 글을 따라하는 유행이 젊은 층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북한은 2015년 ‘비사회주의(자본주의) 문화침투’를 단속한다며 형법을 개정했다. 외부 세계에서 들여온 드라마, 영화, 노래를 보거나 듣기만 해도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김정은은 2017년 “비사회주의 현상을 섬멸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문화 콘텐츠가 중국 등을 통해 흘러드는 현상은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