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반발' 민노총·한국노총, 하반기부터 투쟁 모드 전환… 노동계 "보복성 집회·시위 심화" 우려
  • ▲ 지난 13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삭감안을 폐기하라'는 취지의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 지난 13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삭감안을 폐기하라'는 취지의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2021년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해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이번 결정에 불만을 품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정부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위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1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8590원에서 130원(1.5%)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위에는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과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 그리고 사회 공익을 대변하는 공익위원이 각 9명씩 모두 27명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서 가결된 내년도 최저임금액 8720원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했다.

    내년 최저임금 '8720원'… 공익위원 제시안 가결

    그간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대 노총은 1일 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1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우한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를 이유로 2.1% 삭감된 '8410원' 안으로 맞섰다.

    지난 9일 열린 6차 전원회의에서 양대 노총 9430원(9.8% 인상), 경영계 8500원(1.0% 삭감)의 1차 수정안이 제출됐으나, 양대 노총은 경영계가 삭감안을 유지한 것에 반발해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수차례 회의를 거듭했으나 양측 주장이 좁혀지지 않아 공익위원들이 합의안을 제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공익위원들은 13일 '심의 촉진 구간'으로 8620∼9110원(인상률 0.3∼6.1%)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마저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공익위원 '제시안'은 거부됐다. 민노총은 이후 정부세종청사 앞에 천막을 친 뒤 '최저임금 삭감안을 폐기하라'는 취지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어진 9차 전원회의에서는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공익위원들이 1.5% 인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측은 "공익위원 안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때도,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이처럼) 참담한 최저임금안이 나온 사례가 없다"고 반발했다.

    공익위원 안에는 사용자위원 측에서도 반대했다. 이날 사용자위원 2명은 인상안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결국 회의장에 남은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표결을 시작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2021년 최저임금 1.5% 인상안'이 채택됐다.

    민노총·한국노총, 합의안 '보이콧'… '하투' 본격화

    노동계 일각과 경영계에서는 양대 노총이 1.5% 인상안에 불만의 표시로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정부·기업투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5%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경영계는 내색은 못해도 입장이 굉장히 난처할 것"이라면서 "내년 최저임금을 못해도 동결하자던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최저임금이 1.5% 인상되면서 면피도 못했고, 불만을 품은 노총들이 집회·시위로 앙갚음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노총을 보면 최저임금 협상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회의장 박차고 나가서 집회 열지 않았나"라며 "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앞으로 열릴 시위나 집회가 보복성으로 열릴 여지가 굉장히 크다"고 부연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통과된 최저임금안을 고시한 이후부터 양대 노총, 특히 민주노총에서 대정부투쟁을 시작할 수 있다"며 "이들은 자기네 위원장(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감금까지 시키면서 최저임금 합의에 반대했는데 보복성 투쟁이라고 못하겠나"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