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9일 '50억대 횡령' 휘문고 지정취소 결정… 사학비리 이유로 자사고 취소 첫 사례
  • ▲ 서울시교육청이 수십억 원의 회계비리를 저지른 휘문고등학교에 대해 자율형사립고 지위를 박탈하고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 ⓒ뉴데일리DB
    ▲ 서울시교육청이 수십억 원의 회계비리를 저지른 휘문고등학교에 대해 자율형사립고 지위를 박탈하고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 ⓒ뉴데일리DB
    서울시교육청이 50억원대 법인 회계부정이 확인된 휘문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 지위를 박탈하고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없이 사학비리를 이유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청은 9일 "교육청 감사와 대법원 판결로 회계부정 사실이 드러난 휘문고와 관련,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고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를 심의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휘문고는 2011년 자사고로 지정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가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명예이사장 등 2011~17년 38억여 원 횡령

    앞서 교육청은 2018년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의 비리 제보를 접수하고 감사를 벌인 결과 명예이사장이 2011~17년 6년간 법인사무국장(행정실장 겸임) 등과 공모해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체육관 등을 한 교회에 예배 장소로 빌려준 뒤 사용료 외에 학교발전 기탁금을 받는 식이었다.

    명예이사장은 또 학교 법인카드 사용 권한이 없는데도 법인카드를 소지해 2013~17년 5년간 2억3900여 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명예이사장의 아들인 당시 이사장은 이 같은 비리를 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은 회계부정과 관련된 명예이사장·이사장·법인사무국장 등 7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검찰은 이들을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2008년부터 횡령한 금액은 52억원에 달했다. 

    다만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으며,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은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에서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교육청, 23일 청문 진행… 내년부터 일반고 전환

    교육청은 오는 23일 휘문고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정취소 여부를 판단한 뒤 교육부에 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감사 결과 발표 때도 사학비리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척결 대상"이라며 "앞으로도 사학비리에는 엄정 대처해 사립학교의 공공성과 책무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립학교의 회계투명성이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