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철인3종 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 국회서 처벌 촉구 기자회견
  • ▲ 폭행과 학대로 유명을 달리한 故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함께한 선수들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추가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 A씨, 주장 B씨, 팀닥터 C씨의 폭행, 성추행, 폭언, 사기, 협박 등 악행을 증언하자 뒤에서 증언을 듣고 있던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폭행과 학대로 유명을 달리한 故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함께한 선수들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추가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 A씨, 주장 B씨, 팀닥터 C씨의 폭행, 성추행, 폭언, 사기, 협박 등 악행을 증언하자 뒤에서 증언을 듣고 있던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팀 내 가혹행위로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의 경주시청 동료 선수들이 6일 "최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선수를 지목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최 선수의 동료 선수들이 언급한 '주장선수'는 경주시청 전 주장인 장윤정 선수를 가리킨다. 장 선수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다.

    "장윤정, 최 선수에 폭행·폭언 일삼으며 정신병자 취급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숨진 최 선수의 동료 선수 2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통합당 이용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를 최 선수를 향한 가해자로 지목하며 처벌을 촉구했다.

    선수들은 기자회견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며 "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따돌림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특히 장 선수와 관련해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장 선수가 숙현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최 선수의)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가 팀 닥터(안모 씨)에게 맞고 나서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면서 크게 울고 있는 것도 '쇼 하는 것' '휴대폰 보고 어떻게 우냐' '뒤에서 헛짓거리 한 것 같다'며 숙현 언니를 정신병자 취급했다"고도 말했다. 

    "국제대회 때마다 100만원가량 장윤정에 보내라 해"

    이들은 또 김 감독과 관련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 잔 먹어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어치를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었다"며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다"고 강조했다.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김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다"며 "(김 감독이)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부모님과 회식 자리에서 김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고 어머니한테는 '뒤집어엎는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감독한테서 인센티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80만~100만원가량 사비를 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팀 닥터 안씨, 치료하며 성희롱…'최숙현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해"

    또 팀 내 물리치료를 담당했다는 팀 닥터 안씨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까지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숙현 선수의 부친 최영희씨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팀 닥터가 '쟤(최 선수)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서 애가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동료들이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선수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폭행한 적 있나" 물음에…김규봉·장윤정 "없다"

    같은 시간 국회 본청 506호에서는 최 선수 사망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용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최 선수의 부모와 동료 선수들과 함께 문체위 전체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감독과 장 선수를 불러내 "최 선수한테 사죄할 생각이 있느냐" "폭언·폭행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감독과 장 선수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며 각각 "감독으로서 관리·감독이 소홀했던 부분에만 사죄한다", "같이 지내온 시간이 마음 아프지만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만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며 "사죄할 마음 없는데 여기 왜 왔느냐"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제 의원 생명을 걸고 (최 선수 관련) 사건을 낱낱이 밝히는 데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