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경영혁신안 발표… 인건비 비중 35→30%로 감축성과급제 확대 등 임금체계 개선… '삼진아웃제' '특별명퇴제' 시행
  • ▲ 향후 4년간 직원 1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양승동 KBS 사장. ⓒ카카오TV 생중계 영상 캡처.
    ▲ 향후 4년간 직원 1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는 양승동 KBS 사장. ⓒ카카오TV 생중계 영상 캡처.
    '적자 타개' 위해… 직원은 자르고, 수신료는 올리고

    지난달 KBS 이사회에서 적자 타개를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면서도 정작 경영진은 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노조의 반발을 샀던 KBS가 전체 임원 임금의 20%를 반납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1일 인건비 비중 축소와 조직 재설계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양승동 KBS 사장은 "고통 없는 혁신은 한낱 수사일 뿐"이라면서 "회사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023년까지 인건비 비중을 현재 35%에서 30% 이하로 낮추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이를 위해 올해부터 4년 동안 1000명 규모의 감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먼저 임원진이 책임지고 혁신에 돌입하겠다는 각오로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사장은 2023년까지 정년퇴직으로 자연 감소하는 900명에 100명만 추가로 감원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며 "매년 적정한 신규채용을 유지하면서 4년 동안 1000명을 줄이려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특별명예퇴직제도를 시행하고, 삼진아웃 등 저성과자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양 사장은 구조조정 계획 외에도 "전체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을 현재의 45%에서 70%까지 늘리겠다"며 "앞으로 몇 년 내 사업 손익에서 수지균형을 맞추겠다는 각오로 내부 경영 혁신을 이룩할 때, 비로소 (수신료 현실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KBS는 올해 하반기 중 수신료 현실화(인상) 추진단을 출범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 ▲ 양승동 KBS 사장이 향후 4년간 직원 1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1일 오전부터 KBS노동조합은 KBS 신관 계단에서 사측의 인위적 감원 계획에 항의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 ⓒ권창회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향후 4년간 직원 10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1일 오전부터 KBS노동조합은 KBS 신관 계단에서 사측의 인위적 감원 계획에 항의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 ⓒ권창회 기자
    "삼진아웃제, 특정인 솎아내는 데 악용될 우려 커"

    앞서 비공개로 열린 KBS 이사회에서 2023년까지 직원 1000명을 줄이겠다는 인원 감축안을 내놓으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던 KBS는 이날 '특별명예퇴직제'를 통해 감원 폭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례를 감안하면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우선 대상자로 명예퇴직금을 인상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 사장이 성과급제 개선 얘기를 하다 느닷없이 꺼내든 '삼진아웃제'다. 삼진아웃제는 인사평가에서 '저성과자'로 연달아 3번 낙인찍히면 자동으로 해고되는 제도로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선 "삼진아웃제가 객관성을 잃어버릴 경우 자칫 직원들의 생명을 빼앗는 치명적인 비수가 될 수 있다"며 "이 제도가 특정 세력을 솎아내는 데 악용되거나, 고용 유지에 대한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상문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과기반의 공정급여나 인사를 현실화하겠다는 말은 얼핏 보면 바람직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양승동 사장이 임명된 이후 KBS 임원진이 '특정 노조'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 위원장은 "경영진이 삼진아웃제 같은 퇴출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줄 세우기'를 시도, 양승동 체제의 수명 연장을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명예퇴직, 삼진아웃제 등으로 대규모 감원을 하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 양승동 사장은 2년 넘게 이어온 특유의 무능경영에 대한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허 부위원장은 "양 사장은 코로나19와 미디어 환경 악화를 핑계로 진작 만들었어야할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이제야 만든다고 하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제물삼아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사장이 밝힌 이번 대규모 감원책은 고용을 위협하는 최악의 실책"이라고 비판한 허 부위원장은 "양 사장은 경영혁신안으로 위장한 인위적 구조조정안을 전면 철회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양승동 KBS 사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1일 300여명의 'KBS지역국폐쇄반대전국행동' 관계자들이 KBS 신관 앞에 모여
    ▲ 양승동 KBS 사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1일 300여명의 'KBS지역국폐쇄반대전국행동' 관계자들이 KBS 신관 앞에 모여 "본사만 살리는 지역국 통폐합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권창회 기자
    "양승동 사장, KBS 살리려면 아무 것도 하지마라"

    KBS공영노동조합은 이날 배포한 성명을 통해 "양승동 사장이 사실상 사문화 수준이었던 삼진아웃제를 실효화하겠다고 밝혀 '공포 통치'의 막이 올랐다"고 비판했다.

    공영노조는 "조회사를 보면 자연퇴직자 900명을 제외하고 100명 이상의 직원들을 더 자르겠다는 구조조정안만 있을 뿐, 어디에도 경영진의 삽질경영을 사죄하고 책임지겠다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권한만 갖고 책임은 안지겠다는 태도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공영노조는 "양승동 경영진이 들어선 뒤 KBS가 망가진 이유는 양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무책임, 무능력, 무염치 때문이란 걸 KBS 직원들은 다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영노조는 "양 사장이 이날 발표한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출범 ▲광고확대를 위한 특별조치 ▲직무 재설계 조치 ▲방송법 시행령 개정작업 ▲인사제도 개선 ▲정교한 원가관리 평가를 위한 관리회계 도입 등은 전임 고대영 사장 때 이미 다 추진 된 것들"이라며 "양 사장은 창의성이 부족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승동 경영진이 진정 조금이라도 KBS를 위한다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법도 있음을 알려 드린다"며 "그림에 덫 칠도 하지 말고 차라리 내버려 두라"고 말했다.

    한편 과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오늘 혁신안은 KBS가 맞닥뜨릴 도전의 성패를 가늠하는 첫 시금석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양승동 사장이 내놓은 경영혁신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권창회 기자
    영상 = 장세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