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부차적 문제로 여겨… 경제제재 효과, 예상보다 적다는 의미""김정은 친서, 아첨으로 가득… 한국 좌파들 '햇볕정책' 환상에 빠져 있어"
  • ▲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9월 30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 안보 관련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9월 30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 안보 관련 행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현 상황에서는 결코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시스
    2018년 6월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1시간 반 동안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역만이 동석했다.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이 떠난 뒤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다. 12일 빅딜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서명을 하지 않을 것이며,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영철의 방미를 통해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정치적 약속(assurances)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의 친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는 회고록에 적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선전부서에서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는 순전히 아첨(pure puffery)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트럼프는 그 편지를 매우 좋아했다"고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은 "확실히 북한이 원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에 합의하기 전에 먼저 정치적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부터 그럴 의향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놀랍게도 북한은, 예전 대북협상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경제제재는 부차적인 문제로 보는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북한이 경제제재보다 미국의 군사력을 더 두려워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경제제재가 생각보다 효과가 별로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썼다. 

    "北, 경제문제는 부차적으로 봐… 정치적 안정이 목적"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당시 6·12 싱가포르 미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경제제재 완화를 미국에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다는 걸 암시한다. 

    회고록에는 "켈리 비서실장은, 북한(김영철)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줄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가지고 떠났을 수 있다"고 밝혔는데, 원문에는 "The North could have come away" "Trump might do" 등 모호한 표현이 사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회담을 열흘 앞두고 김정은의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 별다른 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미국은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실시하는 데 동의했지만, 훈련 축소는 이미 싱가포르회담이 열리기 전인 2018년 1월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싱가포르 회담과는 관계가 없다. 

    회고록 내용에 따른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 측에 비핵화 요구를 강하게 내세우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싱가포르회담은 미북 정상 모두 서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각자의 정치적 이득을 상당부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성사된 것에 불과한 것이 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정치'(photo op)를 하려는 게 불만이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는데, 김정은도 미국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안정'이라는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싱가포르회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나는 것 자체로 정치적 이득"... 양측 모두 계산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이 한 시간 반 동안 회동한 것을 두고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으리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이 관측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를 하면 그보다 더 길어질 때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썼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인식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며 축소해야 한다고 과거부터 말해왔다. 북한이 미국의 최고사령관(대통령)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뜻으로, 이는 정말 좋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좌파들 '햇볕정책'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어"

    볼턴 전 보좌관은 이어 '햇볕정책'이 허구라는 점도 지적했다. 경제적 지원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는 게 어렵다는 걸 김영철의 방미를 통해 확신하게 됐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다. 

    그는 "한국의 좌파들이 햇볕정책이란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미군의 존재 때문"이라며 "우리가 한국을 영원히 떠난다면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아마 자신들의 어리석음의 결과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그걸 두려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