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김영삼 사진 떼자" 정병국 발언이 대표적… 자신감 회복해야 자기파괴 막아"
  •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1차회의 모습.ⓒ뉴시스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1차회의 모습.ⓒ뉴시스
    4·15총선 참패 이후 보수사회 전반에 패배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의 자기비하가 도를 넘은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7일 정병국 전 통합당 의원이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당에서 떼자"고 말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수사회가 '우울증적 현실인식'에 빠져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현재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사회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우울증적 현실인식에 빠진 보수… 염세적 사고 횡행"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위주 편향'을 갖는데, 성공하면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운이 나쁘거나 사회가 부패해서라고 믿는다. 자기 위주 편향은 자신의 자존심을 높이거나 방어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정반대의 개념으로 '우울증적 현실인식'이란 것이 있다. 비현실적으로 자신을 부정하고 지나치게 자신을 비판하는 염세적 사고다. 성공은 환경 탓, 실패는 내 탓으로 여긴다. 우파는 더이상 안 된다는 절망은 이런 '우울증적 현실인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좌파적 가치에 귀를 기울인다." 

    이 교수는 "우파 재집권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번영의 길이고, 개인주의는 개인 행복의 토대다. 역사적으로 보수의 가치는 패배한 적이 없다. 일부 부패한 보수정치인의 몰락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 일부 우파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마치 우리 국민이 보수의 가치를 거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처럼 국민을 바보 취급하거나, 우파정당이 좌파의 흉내를 내지 못해 선거에서 패배한 것처럼 말하는데, 우울증에 빠진 게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고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가치가 역사의 편이라는 믿음 세워야"

    이 교수는 "조작과 선동은 좌파의 무기이고, 진정성과 아이디어는 우파의 무기였다. 무엇이 문제였는가에 대한 성실한 피드백도 없고 보수적 가치가 역사의 편이라는 믿음마저 없다는 게 참담한 노릇"이라며 "저들(좌파)의 승리는 그들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며, 보수의 패배는 정당의 실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권을 '죽음 위에 세워진 정부'라고 부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따른 친노세력의 부활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정부의 구조 실패로 몰아 탄핵 기반 마련 ▲수백명의 사망자를 낸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은폐 등을 꼽았다. 세 가지 '운'이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 4·15총선에서 압승한 배경이란 의미다.

    "자유민주주의, 경제발전, 직선제 쟁취 역사를 부정하는 것"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공산주의 확산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이승만 대통령, 경제발전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민주화운동을 통해 직선제를 쟁취한 김영삼 대통령을 부정하자는 주장인데, 이 역사를 제외하면 보수의 가치가 어떤 게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래통합당이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를 이렇게 다 부정해버리자는 시도와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의 정책과 노선에 비판적 접근도 없이 무턱대고 사진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 공동대표인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보수의 가치는 전직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이든 김대중 대통령이든 그분들의 정책을 현재적 시각에서 비판하는 데서 나온다"며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혼란은 그 가치를 정립해야 할 우파정당과 싱크탱크의 비판작업이 결여됐거나 축적되지 못한 데 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부정? 비판에 앞서 공과부터 제대로 분석해야"

    최 교수는 이어 "전직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비판적 분석도 내놓지 못하고 사진이나 내리자는 식의 제안은 '쇼'에 불과하다"며 "보수정당, 보수정치인, 그 싱크탱크는 자신의 무지함과 무책임함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맡은 정병국 전 의원은 17일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당에서 떼자"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그러면서 "세 분이 당의 뿌리라는데, 그들은 극과 극으로 싸웠던 사람들이다. 보수라는 가치의 혼란이 오게 된 근거다. (세 대통령의) 좋은 부분만 본받겠다는데, 국민은 이들의 부정적 측면만 바라보고 당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