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문성근 참여 '평화 2020’…“내년 4월까지 하루 500명씩 최대 5만 명 가능"
  • ▲ '평화여행 2020'이 지난 3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선전물. ⓒ페이스북 캡쳐.
    ▲ '평화여행 2020'이 지난 3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선전물. ⓒ페이스북 캡쳐.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협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 시민모임이 “북한여행을 가겠다”며 북한 측에 통지문을 보냈다. 이들은 “북한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사람을 보낼 수 있다”며 “하루 최대 500명까지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산갈마국제관광지구 여행 가려 만들었다”는 ‘평화여행2020’

    ‘평화여행2020’이라는 이 단체는 지난 15일 북한 측에 보내는 통지문을 통일부에 접수하면서 기자들에게 이를 공개했다.

    통지문에서 평화여행2020은 “우리는 갈라진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구성원 공동의 번영을 희망하며 올해 4월 준공 예정이던 원산 갈마국제관광지구로 여행 가고자 설립한 남측 시민모임”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이미 100만원의 여행경비를 납부한 발기인이 200명을 넘어섰고, 이제 수만 명의 북녘평화여행단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여행2020은 통지문을 통해 북한에 “2020년 6월15일부터 2021년 4월26일까지 북한과 협의에 따라 여행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산갈매국제관광지구·금강관광지구·양덕온천문화휴양지·백두산삼지연지구를 주요 여행 대상지로 꼽았다. 평양 시내 관광과 원산 명사십리 해변 캠핑, 개마고원 캠핑도 제안했다.

    여행 기간은 2박3일 또는 3박4일로 하고, 여행객 수송은 공해상을 경유하는 항공기·선박 또는 육로를 통한 버스·철도를 이용하고, 인원은 하루 평균 200명, 최대 500명을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내용은 북한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평화여행2020의 북한여행 허용할 경우 최대 1345억원
  • ▲ 2018년 5월 김정은의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건설현장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원산갈마해양관관지구는 김정은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시설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5월 김정은의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건설현장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원산갈마해양관관지구는 김정은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시설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화여행2020은 “제안 내용은 직접 만나 협의, 결정하고 싶지만 우한코로나로 만나기 어렵다면 문서나 인터넷을 통한 협의도 가능하다”면서 북한여행 시 여행객의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이동과 숙박 중 최대한 거리 두기로 우한코로나 전염 예방 조치도 취하겠다고 북한 측에 밝혔다.

    북한이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문재인 정부가 현재 입법 진행 중인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제3국을 통한 개별여행을 승인, 북한여행이 가능해진다고 가정하면 수백억원 이상의 현금이 북한으로 흘러들 전망이다.

    여러 절차를 감안해 8월1일부터 평화여행2020의 주장대로 하루 200명이 북한여행을 할 경우 2021년 4월26일까지 연인원은 5만3800명이다. 하루 500명을 보낸다면 13만4500명이다. 평화여행2020이 대북통지문에서 밝힌 것처럼 1인당 여행비용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538억~1345억원을 북한여행에 사용하게 되며, 이 가운데 상당한 금액이 북한 측으로 흘러들게 된다. 여행객이 개별적으로 북한에서 사용하는 금액은 제외한 수치다.

    한완상·문성근·김조광수·방은진·김의성 등 참여

    이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평화2020 공동대표는 화가 김준권, 영화사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 1988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기업인 전상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 정완숙 등이다. 고문은 3·1운동100주년사업추진위원장인 한완상 전 통일부장관이다.

    발기인 207명 가운데는 한완상 고문과 김조광수 감독 외에 영화배우 문성근·김의성·방은진, 향린교회 김희헌 목사,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이정선 대표 등이 포함됐다.

    박왕자 씨 사건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발생했다. 당시 금강산 관광 중이던 박왕자 씨는 이날 오전 5시쯤 숙소 주변 해안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북한군의 소총 사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북한군은 박 씨를 조준사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일로 한국 정부는 7월 13일까지 모든 관광객을 철수시키는 한편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한국 정부는 박 씨의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19년 3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국회 청문회 때 박 씨 사건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김연철 장관이 2010년 4월 '한겨례 21' 기고문에서 "총격 사건으로 관광객이 사망한 사건·사고들은 일찍 시작했어도 우리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고 썼기 때문이다. 김연철 장관은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박 씨 사건을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