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 민주당 본회의 강행 제동… 통합당 "집권여당의 횡포 알리겠다" 강경 선회
  •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끝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끝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박성원 기자
    상임위 구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원 구성 협상 시한을 3일 연장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12일 상임위 구성을 위해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개의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의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의장으로서 3일간 협상 시간을 드린다"며 "월요일인 다음주 15일에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 교섭단체 대표님께서는 이제 결단과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박 의장이 3일간 협상 시한 연장을 발표하는 순간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 구성 협상이 또 다시 불발되자 "장외투쟁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원 구성 협상 또 불발…박병석 "15일에 반드시 상임위원장 선출"

    당초 민주당은 12일 본회의를 통해 일부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박 의장이 협상 시한을 3일 연장하면서 여야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하지만 향후에도 양당의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 구성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직후 "(원 구성 연기는) 의장 결정"이라며 "대단히 우려스럽고, 야당이 오늘 하루 생각해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통합당을 압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필요하면 간담회 형식으로 하겠다"며 굳은 얼굴로 자리를 떴다.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박 의장이 3일의 말미를 준 것이 아니라 결정이 부담돼 미룬 것"이라며 "민주당과 만날 일은 없다. 더이상 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협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통합당과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 배분을 놓고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상임위원장직을 의석 수에 비례한 11 대 7로 나누는 부분에서는 합의점을 찾았지만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11 대 7 상임위 배분은 합의, 법사위 놓고 격차 못 줄여

    민주당은 11일 밤 통합당에 법사위원장직을 제외한 예산결산특별위·국토교통위·정무위·교육위·문화체육관광위·환노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등 7개 상임위원장직을 통합당에 배분하는 협상안을 제안했다.

    이에 통합당은 12일 오전 9시쯤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법사위가 빠진 민주당의 일방적인 협상안은 절대 수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사위를 내주고 정책싸움을 하자"던 초선 의원들도 이날 의총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통합당은 의총 직후 이날 본회의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통합당 소속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성명을 내고 "법사위원장직 배분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엄포를 놨다. 소수야당을 완전히 짓밟는 집권여당의 횡포를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의도다. 성명 발표 직후 중진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양당 간 진실공방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를 향해 "합의사항을 추인받지 못했다"며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합의'가 아닌 '제안'이었고 민주당의 주장은 언론플레이"라고 부인했다.

    통합당 내부 '최후의 수단' 장외투쟁 목소리도

    이런 가운데 통합당의 향후 투쟁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힘의 균형이 완전히 기울어 무기력한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초 통합당은 지난 20대 국회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며 장외투쟁에는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그러나 민주당의 폭주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통합당 한 중진 의원은 "장외투쟁은 언젠가 반드시 써야 할 카드다. 국민에게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호소하는 수단"이라며 "논평 만으로는 국민들에게 우리 뜻을 알릴 수 없다. 103명의 의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장외투쟁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장외투쟁에 여전히 부정적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