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제재, 北에 굴복한 것으로 보일 것”…“北 인권 무관심, 부끄러운 줄 알아라”
  • ▲ 2016년 4월 29일 자유북한주간을 맞아 방한한 수전 숄티 여사가 파주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참가했다. ⓒ뉴데일리 DB.
    ▲ 2016년 4월 29일 자유북한주간을 맞아 방한한 수전 숄티 여사가 파주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참가했다. ⓒ뉴데일리 DB.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탈북민 단체들의 사단법인 취소와 처벌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를 두고 국제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도 문재인 정부 조치에 유감을 표했다.

    HRW·국제앰네스티 “근본적 문제는 대북전단 아닌 북한 정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단체 제재를 우려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한국 정부는 북한 독재정권을 달래려 민주주의 가치와 권리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며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증진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개의 탈북민 단체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통일부 발표는 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국경안보나 남북관계와 같은 모호한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앰네스티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조사관은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여행과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이 내부와 외부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정기적인 소통을 허용하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 ▲ 2018년 5월 1일 임진강에서 쌀과 달러가 든 페트병을 던지는 국제인권단체 관계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5월 1일 임진강에서 쌀과 달러가 든 페트병을 던지는 국제인권단체 관계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탈북민 단체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게 아니라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것과 여행하는 것을 통제하는 김정은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팡 조사관의 지적이었다.

    NED 회장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 대북전단 아니라 북한 핵”

    미국 국무부로부터 자금을 받아 북한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미국 민주주의 진흥재단(NED)의 칼 거쉬먼 회장도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2곳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통일부의 조치에 “매유 유감”이라고 밝혔다.

    거쉬먼 회장은 “통일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이 한국을 괴롭힐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북한을 달래려 하는 한국의 조치는 평화를 도모하기는커녕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 손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독재자들은 자극을 받으면 항상 위협을 한다”고 지적한 거쉬먼 회장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대북전단이 아니라 북한 핵무기”라고 지적했다. “대북전단이 (안보의)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 없다”고 거쉬먼 회장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거쉬먼 회장은 “2015년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증진하는 활동이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는 견해가 한국 사회의 주류 시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 김정은 패러디 그림. 탈북민 단체의 김정은 비난 현수막에 붙은 그림은 상당히 순화된 수준이다. ⓒ트위터 유통사진 캡쳐.
    ▲ 김정은 패러디 그림. 탈북민 단체의 김정은 비난 현수막에 붙은 그림은 상당히 순화된 수준이다. ⓒ트위터 유통사진 캡쳐.
    전문가들 “북한, 진실 알려질 까봐 대북전단 두려워 해”

    샌드라 페히 하버드 법대 방문교수는 지난 11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북한인권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은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실려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이 전해질 까봐”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이 김정은과 김여정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사실이 북한 정권을 기쁘게 만든다고 페히 교수는 지적했다.

    이성윤 터프스 대학 교수는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 50% 이상이 정부 결정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학교에서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지난 10일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상오)이라는 탈북민 단체의 법인설립 허가 취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김유근 사무처장(제1차장)이 나와 대북전단 살포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서명 당시 모습. 문재인 정부는 이후 북한과의 '평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서명 당시 모습. 문재인 정부는 이후 북한과의 '평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여정 담화 이후 한국 정부의 탈북민 단체 고발, 북한에 굴복한 것으로 보일 것"

    미국의 제재 전문 변호사인 조슈아 스탠튼 또한 북한의 위협이 나온 뒤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대북전단 살포는 비폭력 시위(non-violent means of protest) 형태로 유엔이 1948년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으로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고 스탠튼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보장된, 국경을 초월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대북전단 살포”라고 강조했다.

    “대북전단과 페트병 살포가 남북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해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밝힌 스탠튼 변호사는 “그러나 김여정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자 한국 정부가 즉각 금지법 제정 의지를 밝히고, 대북전단을 살포한 단체를 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한다면 검열을 요구하며 위협한 북한에게 굴복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탠튼 변호사는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핵무력을 증강시키고 있고, 여전히 억압적 정권이고, 경제를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과 화해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이 노력한 결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