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식 기본소득, 예산 감당 못해" 판단… 김부겸·박원순은 '고용보험'으로 견제구
  • ▲ 이재명 경기지사. ⓒ뉴데일리DB
    ▲ 이재명 경기지사.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 내 86운동권 출신 의원모임이자 최대 계파인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관련,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1호 공약으로 내건 것이지만, 최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띄우면서 여권에서도 본격적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더미래연구소 "기본소득, 소요 예산 감당 어려워"

    더미래연구소 김기식 정책위원장과 김은지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진보진영의 복지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지사 등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이 재정적 실현가능성이 불확실하고 기존 복지제도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을 장·단기 목표로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어려울 게 없다"며 ▲단기목표 연 50만원 ▲중기목표 연 100만원 ▲장기목표 연 200만~600만원(월 50만원)을 화두로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탄소세·로봇세·국토보유세 등을 기본소득목적 세율로 만들면 증세나 재정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기본소득론자들이 주장하듯 월 30만~5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이 도입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186조~309조원 정도"라면서 "이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지출(184조원)과 버금가거나 이의 1.7배에 이르는 금액"이라며 실현이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는 특히 "이재명의 국토보유세(연간 15조원) 또는 정의당의 초부유세(연간 38조8000억원) 등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세목을 신설해도 거둬들일 수 있는 예산은 필요한 예산규모(186조~309조)의 약 5~2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로봇세나 환경세 등을 별도로 신설해 추가적인 재원 마련이 가능하더라도, 이 역시 전 국민 기본소득에 소요되는 예산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 지사가 제안한 바 있는 토지 배당과 같이 연간 30만원 정도의 금액을 국민 전체에게 지급하는 낮은 수준의 복지급여 도입으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복지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토지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더미래연구소는 이 같은 정책이 실시되면 정작 생계가 곤란한 계층에는 그에 맞는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서도 '이재명식 기본소득' 비판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식 기본소득'을 향한 공개 비판이 나왔다. 9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더좋은미래 소속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단체 텔레그램방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 글에서 "이 지사는 처음에 기본소득을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진보좌파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평등 완화 대신 경제 활성, 경제성장이라는 우파적 기획에 함몰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당내 기류 속에서 이 지사와 경쟁관계인 예비 대선주자들도 이 지사의 기본소득 논의에 선을 긋고 고용보험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 지사를 견제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표 출마를 결심한 김부겸 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가 급선무"라며 "복지(사회안전망)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의 전도"라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0일 페이스북에 "얼핏 모든 시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면 공평해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신동근 의원님 말씀처럼 재분배 효과를 떨어뜨려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의 도입과 일자리 만들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