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라인·연락사무소 등 판문점선언 성과 '와르르'… 靑, 돌파구 마련에 고심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공연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대남업무를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한다고 공언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3년간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구상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올 연초부터 밀어붙인 독자적 남북화해협력 정책도 이번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힘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9일 오전부터 남북연락사무소 연락채널과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양측 함정 간 직통전화(핫라인) 통화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북미대화 교착이 장기화한 국면에서 남북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추동한다는 구상이었으나, 남북 불통시대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청와대와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 간 핫라인의 폐기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했던 톱다운 방식(정상 간 합의에 의한 하향식 결정구조) 해결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교착상태를 묻는 질문에 "남북 간에도 외교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이 있다"고 답하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청와대와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를 연결하는 핫라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가동은 2018년 남북 정상의 4·27판문점선언의 성과물이다.

    '화해 제스저' 잇따라 보내도… 北 "달나라 타령" 문 비꼬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에도 한반도 화해 분위기 유지를 위해 대북 개별관광, 남북철도 연결, 우한코로나 방역협력 등 카드를 던지며 끊임없이 대화를 타진했다.

    정부는 지난 4월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추진 결정 기념식을 시작으로 우리 국민의 북한주민 접촉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추진, 5·24대북제재조치 실효성 상실선언 등 잇따라 대북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권력 2인자로 부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북한 내 대남사업부서들을 불러 모아 실시한 사업총화회의의 결론으로 '대남사업 대적 전환'을 제시했다. 김정은의 뜻이라는 말이다. 

    북한 선전매체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북·미 선순환' 정책을 "달나라 타령"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성인 문(MOON:달)의 의미를 넣어 비꼰 것으로 해석됐다.

    통일부 "저자세니, 고자세니 감정적 접근 말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강경책에 정부가 '저자세'로 대응한다는 비판에 "저자세니, 고자세니 하는 감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자칫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의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든 쉽게 내놓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의 침묵 유지 상태도 얼마 남지 않았다.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 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조만간 내놓을 메시지가 하반기 남북관계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떤 형태로든 현재 위기의 남북관계를 진단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통합당 "대북정책 실패 사과하고 안보라인 전면 교체하라"

    미래통합당은 이날 긴급 안보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실패한 대북정책에 따른 대국민 사과와 안보라인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박진 통합당 의원은 "정부는 굴종적 대북 유화정책을 포기하고 현실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며 "북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도 "우리가 북한의 입맛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고 법을 발의한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해소되겠나"라며 "국민이 뽑아준 정부이고 공당이라면 강자의 편에 서지 말고 약자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누가 정의의 편에 있었는가를 꼭 기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만큼이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분노케 하는 것은 정부여당의 침묵과 북한에 굴종하는 태도"라며 "몇 번의 평화 이벤트가 달콤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환상에서 깨어나 이성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