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숙 영장판사, 9일 삼성 이재용 영장 기각… "책임 유무, 재판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귀가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귀가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위반 및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 사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원 부장판사는 다만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며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영장심사는 8시간30분 동안 진행돼 같은 날 오후 7시쯤 종료됐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 분량만 1명당 150쪽으로, 함께 제출한 수사기록은 400권으로 20만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심사 결과를 기다렸고,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귀가했다.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사실관계 소명… 재판서 책임 정도 결정"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1년6개월간 삼성그룹 고위인사를 수차례 불러 조사했고, 삼성 관계사들을 압수수색하며 자료를 확보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돼 조사받았다.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검찰 기소의 타당성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이틀 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로 맞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