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재정수지, 3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적자 54조4000억 넘어서… "코로나 사태로 상황 악화될 것"
  • ▲ 기획재정부 한재용 재정건전성 과장과 박상영 조세분석과장이 8일 재정수지와 국세수입, 국가채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기획재정부 한재용 재정건전성 과장과 박상영 조세분석과장이 8일 재정수지와 국세수입, 국가채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 재정 상황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정부 지출은 크게 늘어난 반면 세금 수입은 갈수록 줄어 앞으로 국민이 갚아야 할 나랏빚이 급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채무증가액은 이전 정부 대비 8조원이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대로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라며 재정상태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2020년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는 4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조3000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금액으로는 무려 28조원이 늘었다. 월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3월 기준 가장 큰 적자규모다.

    올해 1분기 재정적자 55조원… 지출 늘고 세수 줄어든 탓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분기 55조3000억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관리재정수지 역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지난 한 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54조4000억원을 이미 단 3개월 만에 넘어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우한코로나 피해 지원 등 지출은 늘어난 반면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줄어든 탓이다.

    올해 1~3월 국세 수입은 6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5000억원 줄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1월 국세는 전년보다 6000억원, 2월에는 1조8000억원, 3월에는 6조원이 감소했다. 반면 올해 3월까지 총지출은 16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조5000억원 늘었다. 올 초 경기활력 제고를 위해 재정 조기 집행을 추진한 데다 우한코로나 여파로 피해 회복을 위한 정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추경이 잇따라 집행되면서 재정상태는 더욱 악화하는 상황이다.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부채는 731조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3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2차 추경(12조2000억원)이 확정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48조9000억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9조4000억원까지 늘게 됐다. 국가채무 역시 819조원까지 불어난다.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첫 해인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전년 대비 33조3000억원 증가), 2018년 680조5000억원(20조3000억원 증가), 2019년에 728조8000억원(48조3000억원 증가)으로 크게 불었다. 

    현재 기준 채무 증가액 90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192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앞선 박근혜 정부 당시 4년간 누적된 채무 증가액 183조8000억원보다 8조3000억원 많은 금액이다.

    국가채무 819조원, 文정부서 급증… "재정 더욱 악화할 것"

    여기에 정부가 3차 추경안 편성을 준비하는 등 우한코로나 여파로 재정지출은 증가하는 반면 세수는 더욱 줄어 재정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차 추경, 2차 추경 등 세출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이미 연말에 예견했던 것처럼 법인세·소득세 등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미 1분기 55조원 적자를 본 상황에서 2차, 3차 추경으로 지출이 40조~50조원이 늘어나고,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적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향후 경기 전망과 관련 "정부에서 괜찮다니 괜찮을 것 아니겠느냐"고 냉소하면서도 "제대로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미 2020년 예산을 편성할 때 72조원 적자 예산으로 편성을 했다"면서 "일단 예산을 편성한 출발점부터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54조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진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게 2분기인데, 이것이 3분기에 반영될 것이고, 앞으로 추경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부채가 800조원을 넘어가는데, 한두 해는 괜찮겠지만 향후 어떻게 할 것이냐를 정부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