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교시설·유흥주점 등 4대 시설 제한 완화… 최원석 교수 "통계 미포함 환자, 집단감염 우려"
  • ▲ 정세균 국무총리. ⓒ박성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 ⓒ박성원 기자
    정부가 20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 형태로 시행한다. 1일 추가 확진자가 일주일간 20명선 이하로 확인되는 등 우한코로나 증가세가 상당히 잦아든 데 따른 결정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종교시설 등 4대 밀집시설을 대상으로 한 제한마저 완화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발표대로 아직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확진자도 있고, 발표 다음날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늘어나 정부가 방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4대 밀집시설 제한 완화… 집단감염 재확산 가능성 있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월5일까지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일부 제한을 완화하겠다"며 "종교시설 등 4대 밀집시설을 대상으로 현재의 방역지침 준수 명령을 유지하되 운영중단 강력권고는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신규 확진자 발생이 한 자릿수인 8명까지 줄었다"며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확진자도 5% 안쪽으로 감소했다"고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4대 밀집시설은 △교회 등 종교시설 △유흥주점 △학원 △체육시설 등이다. 문제는 이들 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다수 보고되는 등 여전히 우한코로나 재확산의 취약지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교회 등 종교시설은 대표적 사례로 신천지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비롯한 여러 개신교 교회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더구나 정부에서 오프라인 집회 및 예배를 금지했음에도 주말 예배와 부활절 예배를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제한이 완화되면 이제껏 정부 눈치를 보던 신도들이 다시 교회로 몰려들고, 이것이 우한코로나 재확산의 불씨가 되지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유흥주점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등을 포함한 대도시의 유흥가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우한코로나의 확산에도 클럽을 드나들며 감염병 확산의 우려를 키웠다.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는 직원이 우한코로나 양성으로 판명되고, 룸살롱 직원과 손님 등 118명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클럽 등은 업소 특성상 밀접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집단감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1인당 평균 5.7명 전염… 메르스 6배

    우한코로나의 전염성이 이전 바이러스와 비교해 상당히 높다는 점도 정부의 완화 조치를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한코로나의 기본감염재생산수(basic reproductive number)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1.4~2.5명이다. 기본감염재생산수는 감염자 한 명이 병을 옮길 수 있는 평균 인원수를 뜻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연구팀은 2.1~3.5명 정도로 추산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확진자 1명이 평균 5.7명에게 전염시킨다고 분석했다. 이는 메르스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수치다. 메르스는 환자 1명이 평균 0.4~0.9명을 감염시켰다.

    방역당국도 우한코로나를 완전히 종식시키기는 어렵다고 보고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대비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한코로나가 신종 바이러스이다 보니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많은 전문가도 완전히 봉쇄하거나 종식시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장기전으로 갈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한코로나가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감염 이후 면역 형성 과정이나 면역 지속기간 등의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한코로나는 전파력이 강하고 무증상 환자 또는 경증 환자를 통해 쉽게 전파되는 성질을 띤다.

    방역당국 "우한코로나, 가을 대유행 가능성"… "백신 전까지 방심 안 돼"

    이와 관련,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해외유입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이들 중 역학적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이 말은 (방역당국의)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환자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환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느 집단에 침투해 집단감염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시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의료계)는 한결같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과 무증상 감염, 완치 후 재확진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백신과 같은 확실한 대책이 나올 때까지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방심이 화를 키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