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통합당 해운대갑 후보 "보수 통합의 '조율사' 될 것"… "총선 패배 시 집안싸움 불 보듯 뻔해"
  • ▲ 본지와 인터뷰 중인 하태경(51) 미래통합당 부산광역시 해운대갑 후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 본지와 인터뷰 중인 하태경(51) 미래통합당 부산광역시 해운대갑 후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며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정상윤 기자
    4·15총선이 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부산·울산·경남이다. 전통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울경(PK)에서 '보수정당 공천=승리'라는 공식에 변화가 일고 있어서다. 실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20대 총선에서 PK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8석을 내주면서 사실상 '패배'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보수정당은 탈환을, 민주당은 수성과 의석 수 확대를 꾀하고 있어 '맞대결'이 기대된다. 본지는 3월26~28일까지 3일간 부울경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주요 후보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미래통합당 부산광역시 해운대갑 후보로 3선에 도전하는 하태경(51) 후보는 보수진영에서 볼 때는 이른바 '좌파 운동권'이다. 그러다 정계입문 전에는 탈북자와 북한주민 인권운동에 앞장섰다. 2005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대북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을 개국해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초기에는 자유북한방송과 자유조선방송(현 국민통일방송)의 프로그램을 중계하다 2006년부터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송출했다. 우리나라와 북한, 세계 각국의 인권을 비교해 차이점을 지적하고 남·북한의 실생활 차이를 알려주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하 후보는 "그간 공격수 역할을 자처해서 그런지 나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며 "나더러 '빨갱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북한인권법 통과나 통진당 해산에 앞장섰는데 빨갱이는 좀 그렇지 않느냐"고 멋적은 듯 웃었다.

    그래서인지 하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다면 공격수 역할보다 당내 '조율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수가 고난의 과정을 거쳐 통합된 만큼 상처를 봉합해 대통합을 이뤄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3월27일 부산 해운대구 하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그를 만났다.

    -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조전혁 전 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를 경선에서 꺾었다. 본선보다 힘들었을 듯한데.
    "이번 경선은 굉장히 치열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에 묵은 감정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빠른 속도로 수습되고 있다. 경선 상대분들 가운데 아무도 이의제기하지 않으셨다. 석 후보도 승복하셨고, 조 전 의원도 승복하셨다. 두 분 모두 깔끔하게 납득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게다가 석 후보와 조 전 의원 캠프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우리 캠프로 넘어 오셨다. 경선으로 맞붙은 후보들끼리 합쳐지고 있다. 지금은 거의 통합된 상황이다. 많은 분께 감사 드린다."

    - 새보수당 출신으로 부산에서 유일하게 공천권을 따냈다. 같은 당 출신 다른 후보들은 경선에 부정적이지 않았나?
    "우선 경선 승리를 안겨준 주민들께 하염없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새보수당 출신은 4명이다. 경선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새보수당은 자유한국당에 비해 규모가 많이 작지 않은가. 한국당은 규모가 큰 만큼 당원도 많다. 단적으로 비교해서 한국당 당원은 내가 출마한 해운대갑에서만 1만 명이 넘는다. 반면 새보수당은 1000명가량이다. 수적 열세에도 모두 경선하겠다고 했다. 통합이라는 큰 뜻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양보한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기득권만 챙기려 했다면 경선하지 않겠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통합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 경선을 수용한 것이다. (새보수당 출신) 모두 경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보수의 평화로운 통합을 위해 경선을 선택했다."

    - 미래통합당은 '미생'이라는 지적이 많다. 화학적 결합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완벽한 '원팀'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총선 승리다. 지면 집안싸움이 생길 것이다. 이기면 통합당이 잡음 없이 잘될 거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조금 더 혁신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줬지 않나. 굉장히 모범적 처사다.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의 상처를 하루빨리 봉합하고, 남은 기간 일치단결해야 한다."
  • ▲ 비오는 날 해운대구 송정터널 앞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을 격려 중인 하태경 후보의 모습. ⓒ하태경 후보 선거캠프 제공
    ▲ 비오는 날 해운대구 송정터널 앞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을 격려 중인 하태경 후보의 모습. ⓒ하태경 후보 선거캠프 제공
    - 21대 총선은 특히 보수진영에 중요한 선거다. 특별한 선거전략이 있나?
    "21대 총선 레이스에 임하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절반 이상이 물갈이됐다. 화학적 결합을 위해 모두가 통합정신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통합정신은 문재인 정권을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많은 국민께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비판한다. 경제가 무너졌고, 나라는 백척간두 위기에 놓였다. 이 불안한 현실은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놓은 것임을 국민들께서 먼저 안다. '경제를 살리자! 나라를 살리자!'가 이번 선거에서 저의 핵심 슬로건이다. 하태경과 미래통합당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릴 수 있으며,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더이상 정답이 아님을 국민들께 소상히 알려나갈 것이다."

    - 정계입문 전부터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고 기존 노선을 유지하겠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정부도 대북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계속 대북 유화정책을 편다. 북한은 정책방향을 바꿨는데 우리는 바꾸지 않은 것이다. 그게 문 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실수다.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다. 북한이 험한 말, 쓴소리를 해도 계속 북한을 쫓아만 다니고 있지 않냐. 국민은 굉장히 굴욕적이고 자존심이 밟히는 기분을 느낀다."

    - 핵심공약으로 글로벌 교육특구 지정을 꼽았다. '주입식 교육 철폐, 토론식 교육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했는데, 자세히 소개해달라.
    "기존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육방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오래 전부터 형성됐다. 그렇지만 주입식·암기식 교육은 여전히 한국 중등교육과정의 근간이어서 국민이 느끼는 문제인식과 큰 괴리가 발생한다. 그 괴리를 없애고 학생·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토론식 교육을 도입해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혁명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교육혁명의 방안으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바칼로레아)를 해운대에 우선 도입하고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IB는 국제표준 교육과정이다. 이 시험의 점수로 미국의 하버드대나 영국의 옥스퍼드대 등 세계 유수의 2000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IB는 한국처럼 한 개의 정답만을 찾기 위해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학생들의 논리력·사고력·탐구력·창의력 신장에 교육 커리큘럼과 시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IB는 창의성을 요구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과 능력을 중시하는 미래시대에 맞는 인재양성교육이다. IB 교육과정은 한국어로도 가능하다. 또한 한 개의 정답 찾기가 아닌 문제 풀이 과정을 중시한다. IB 교육과정은 국내 공교육 과정에도 적용 가능하다. IB 교육을 도입하면 주입과 암기 위주의 사교육, 영어 등 외국어 사교육이 가져오는 폐단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 아울러 학생 누구나 한국어로 가능한 IB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 외국 유수 대학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교육만으로도 하버드 입학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한국 대학에서도 IB 시험점수로 신입생을 선발할 경우 초·중·고 교육과정은 미래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른바 토론식 교육혁명을 이뤄내는 것이다."
  • ▲ 하태경 후보는 '윤창호법'을 만들어 음주운전 사망사고 등을 줄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상윤 기자
    ▲ 하태경 후보는 '윤창호법'을 만들어 음주운전 사망사고 등을 줄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상윤 기자
    - 국회의원 8년 임기 동안 가장 큰 업적을 꼽는다면?
    "북한인권법 통과와 통합진보당 해산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 들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이기도 하다. 국회에 들어가기 전에는 북한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았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하나 둘씩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가는데 유독 한국만 북한인권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인권법에 냉소적이던 당시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시켜 결국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석기 일당의 통진당을 해산시킨 것도 기억에 남는다. 통진당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인터뷰 등을 통해 증언하고, 자료를 찾아 공개하는 등 많은 일을 했다. 통진당 해산을 주도한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해운대갑 지역구 의원으로서 뿌듯한 점은 해운대에 고속철도를 달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20대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는데 결국 해운대에 고속철도가 달리도록 만들어냈다. 구민들이 칭찬을 많이 해줘 뿌듯함도 크다. 음주운전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지역구민인 고(故) 윤창호 군을 기리기 위해 윤창호군의 친구들과 '윤창호법'을 만들어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줄인 것도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기회에 윤창호 군 가족과 친구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 원내에 다시 진입한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나도 이제 정치 8년차다. 그동안 공격수 역할을 도맡았다. 이곳 저곳에 문제제기도 많이 하고 소리도 쳤다. 아픈 곳을 찌르는 역할을 많이 했다. 이제는 그런 공격수 역할보다 '조율사' 역할을 맡고 싶다. 보수가 통합을 이뤄냈다. 당내에서 못마땅한 게 있더라도 참아야 할 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여과 없이 뱉었을 때 실질적 결과가 어떻게 될지 충분한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이끌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개혁보수 지지층은 아무래도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개의 세력이 합쳐지는 데 양보가 없다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각 세력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 보수 대통합의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총선특별취재팀=정상윤·박찬제 강영범(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