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취재·제작 통솔 간부도 정치활동 제한… 재직 시절부터 특정 정파 속했을 가능성도 있어"
  • ▲ 정필모 전 KBS 부사장(사진 가운데). ⓒ뉴데일리
    ▲ 정필모 전 KBS 부사장(사진 가운데). ⓒ뉴데일리
    지난 24일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가 된 정필모(61) 전 KBS 부사장이 윤리강령 등 KBS의 각종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주장이 KBS 내부에서 제기됐다.

    31일 KBS공영노동조합 관계자는 "KBS 윤리강령은 KBS 구성원 중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정치 관련 취재·제작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못하도록 하고 있고, KBS 윤리강령 세부시행 기준은 '정치 관련 취재·제작담당자를 업무상 지휘 통솔하는 해당 간부'를 정치활동 제한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퇴임한지 34일 만에 선거판에 뛰어든 정필모 전 부사장은 KBS 윤리강령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KBS 취업규칙 제7조는 'KBS 구성원은 정치활동이나 특정 정당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는데, 정 전 부사장이 퇴임한지 34일 만에 특정 정파의 소속원임을 공개한 사실을 보면 그가 취업규칙을 위반해 '숨은 정당원'으로 암약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 전 부사장이 재직 시절부터 특정 정파와 내밀하게 논의를 진행했고 KBS 내부자 중에도 이에 가담한 자가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이밖에 KBS 편성규약 제1조(목적 조항)와 단체협약 제21·22조에서도 'KBS 내외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치권으로 투신한 정필모 전 부사장으로 인해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며 "방송 독립을 향한 피땀 어린 노력과 투쟁의 결과물인 KBS 방송강령·방송제작가이드라인 등이 일거에 휴지조각이 됐다"고 개탄했다.
  • ▲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조 정상문(좌) 위원장과 허성권 부위원장. ⓒ뉴데일리
    ▲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KBS노조 정상문(좌) 위원장과 허성권 부위원장. ⓒ뉴데일리
    "선거 직전 특정 정치세력에 붙어 'KBS 신뢰도' 훼손"

    KBS노동조합도 "정필모 전 부사장이 공직자 행동강령, KBS 윤리강령, KBS 취업규칙, KBS 편성규약을 전부 다 어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정 전 부사장은 특정 정치세력의 후보직을 맡을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31일 국회 앞에서 정 전 부사장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허성권 KBS노조 부위원장은 "정 전 부사장이 근무시간에 주간대학원을 다니면서 쓴 박사과정 논문 제목이 바로 '공영방송 보도의 공정성 저해요인에 관한 연구'"라면서 "이 내용대로라면 KBS 공정성을 가장 훼손한 것은 정 전 부사장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뻔뻔스럽게도 지난 27일 KBS 뉴스9에 후보 자격으로 얼굴을 들이밀더니, 이제는 정당 선관위 수석 대변인까지 맡아 움직이고 있다"고 개탄한 허 부위원장은 "공영방송 부사장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공영방송의 윤리강령까지 어겨가며 정치판에 뛰어든 '권력욕'이 정 전 부사장이 그렇게 주장해온 언론 경험이자 경륜이냐"고 질책했다.

    허 부위원장은 "당초 비례대표 명단에 없던 정 전 부사장이 당선 유력 후보가 된 것은 한국기자협회장과 한국PD연합회장이 추천했기 때문"이라며 "KBS를 대표하는 부사장이 사표를 쓴지 한 달 만에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 입은 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언론단체가 특정 정치세력에 공영방송 부사장을 추천한 사례도 언론사의 큰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허 부위원장은 "한국기자협회장은 여전히 추천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직 KBS PD인 한국PD연합회장은 뒤늦게 추천을 철회했다"며 "안팎으로 정당성을 상실한 정 전 부사장은 더불어시민당 8번 비례대표 후보직에서 당장 물러나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