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김태호 이주영도 무소속 출마 강행할 듯… 김형오, 영남권 물갈이 본격화
  •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5일 경남 양산을에 공천 신청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공천을 신청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공천배제(컷오프)했다. 여기에 이주영(5선‧경남 창원 마산-합포)‧김재경(4선‧경남 진주을)‧김한표(재선‧경남 거제) 의원 등 부산‧경남(PK)지역 거물급 정치인들까지 한꺼번에 컷오프하자 홍 전 대표, 김 전 지사 등은 이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로 인해 PK 지역 일대에 전운이 감지된다. 

    홍 전 대표는 6일 페이스북에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황교안 대표 측의 경쟁자 쳐내기와 김형오 위원장의 사감이 합작한 야비한 공천 배제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홍준표다운 행동인지 오늘부터 숙고하겠다. 숙고는 길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며칠 전 '나동연(전 양산시장)을 설득해 (양산을) 추가 공모에 응하게 하면 컷오프하지 않고 같이 경선을 시켜주겠다'고 직접 전화했다. 그때만 해도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팔순을 바라보는 사람이 사악한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동연을 이용해 내 공천 배제 작업을 오랫동안 추진해온 것"이라고 분노했다. 

    '홍준표 대권 꿈' 알고 컷오프했을까?

    홍 전 대표는 특히 이번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대권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고향 출마는 안 된다"는 공관위의 압박에 못 이기는 척 경남 양산을 출마로 선회한 것도 대권행을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양산을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이른바 '문(文)의 성지'다. 이곳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선 김두관 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꺾으면 단숨에 정치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홍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 정치적 명운을 건 만큼,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공관위가 홍 전 대표의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경계해 현재 통합당의 '실세'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황교안 대표의 경쟁자를 '사전 제거'한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태호 전 지사 등도 무소속 출마 조짐이 감지된다. 이 부의장은 6일 페이스북에 "무슨 이런 공천이 다 있는지 어이가 없다"며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불공정하고 불의한 일"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저를 사랑하고 지지한 마산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저는 민주성지 마산의 정신으로 이번 불의한 공천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며 "의논드리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도 5일 복수 언론을 통해 "기존에 밝혔던 대로 지금으로서는 무소속 출마 밖에 답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준표‧김태호 '다른 선거구 차출 가능성'도 없어

    통합당 공관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일부지역과 PK 등 총 41개 지역구의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결국 컷오프됐다. 두 사람이 그동안 공관위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도 PK 지역 출마를 고수해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밖에 이주영‧김재경 의원도 일거에 컷오프하며, 경남에서만 4명의 중진이 물갈이됐다. '수도권 험지 출마'라는 당의 요구에 불응한 영남권 중진 의원에게는 컷오프를 불사하겠다던 경고를 실행에 옮긴 셈이다. 여기에 원내수석부대표이자 재선에 불과한 김한표 의원까지 컷오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은 이날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가 다른 선거구에 차출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된다"고 답했다. 통합당을 간판으로 이들이 4·15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원천차단한 셈이다. 공관위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영남권 물갈이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