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위기경보 단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전국적 확산, '뒤늦은 조치' 지적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DB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 정부의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이 되면 정부에서 시민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휴교령 등 집단행사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강제적 조치가 가능해진다. 이미 국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600여명 수준으로 늘어난 데다 발생지역 역시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우한 폐렴 범정부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주민과 전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국가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리고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기존의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와 중수본 체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범부처 대응과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해 총력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어 "규정에 얽매이지 말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통제하고 관리할 충분한 역량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엄중한 위기 상황이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고도 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제한적 전파(경계),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등으로 구분된다. 심각단계가 발령될 경우 정부가 휴교령이나 집단행사 금지를 강제할 수 있는 등 최고수준의 대응이 가능해지며 관련부처와 지자체가 모두 범정부적인 총력대응에 나서게 된다.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되는 것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처음이다. 메르스(MERS) 사태가 발발했던 지난 2015년에도 2단계인 '주의' 단계에 머물렀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우한폐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정부는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일주일 뒤 확진자가 4명으로 증가한 뒤에는 경보 수준을 '경계'로 올렸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하며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려야한다"고 권고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까지도 "정부를 믿어달라"면서 경계 단계를 유지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국민들께서도 정부의 대응을 믿고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경제활동에 임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 환자가 폭증하고, 확진 환자 수도 600명을 돌파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자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점이 됐다. 주로 신천지와 관련된 감염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도지사들이 지역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의료시설과 인력 확충, 취약시설 점검 등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60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격리 중인 환자 수는 578명이다. 사망자 수는 오전 대비 2명이 더 늘어 6명이다. 6번째 사망자는 59세 남성으로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사망했다. 이 남성은 지난 19일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