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광우뻥 피디의 정신이 살아흐른다" 조롱… MBC노조 "사실왜곡, 방송강령 위반"
  • ▲ 지난 11일 방영된 MBC 'PD수첩 -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편. ⓒMBC 화면 캡처
    ▲ 지난 11일 방영된 MBC 'PD수첩 -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편. ⓒMBC 화면 캡처
    수년 전 정규 뉴스에서 자사 인턴기자를 '시민'으로 가장한 조작 인터뷰를 내보내 물의를 빚었던 MBC가 이번에는 9억원대 아파트 소유자를 '무주택자'로 조작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파문이 일고 있다.

    MBC는 2018년 1월 1일자 '뉴스데스크'에서 자사 인턴기자를 일반시민으로 가장해 인터뷰한 사실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PD수첩'에서 인터뷰이의 부동산 현황을 조작·방송해 네티즌들로부터 된서리를 맞게 된 것.

    최근 뉴스광고 판매 하락으로 전체 수익이 감소하는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같은 사건이 터지자 경영진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MBC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집을 샀으면 1억 이상 올랐을 텐데… 박탈감 느껴"


    MBC 'PD수첩'은 지난 11일 서울 아파트값 규제로 경기도 남부의 집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다루면서 제때 아파트를 사지 못해 속상해 하는 20대 기혼 여성 A씨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전세 거주자'로 소개된 A씨는 "이 집을 샀으면 1억2000만원이 올랐을 텐데 박탈감을 느낀다"며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영혼까지 끌어모으고 저희 가진 돈 합쳐 샀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혼 당시 샀더라면 지금보다 1억원이 쌌을 것"이라며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집을 사야 한다고 아파트 투자상식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제작진이 "그때까지 아이를 낳지 않고요?"라고 묻자 A씨는 "네"라고 답했다.

    심지어 제작진은 '더 늦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겠다'고 다짐하고 "주말에 짬을 내 남편과 아파트를 보러 다닌다"는 A씨의 내레이션을 내보내며 A씨가 여전히 아파트를 사지 못한 상태임을 알렸다.

    그러나 방송 이후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A씨가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소재 9억원대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폭로글이 올라와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A씨가 PD수첩과 인터뷰한 사실을 거론하며 "담당 PD가 특정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부분을 편집하고 모자이크 없이 내보내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며, 누군가에게 상담을 의뢰하는 글까지 공개돼 파문이 커졌다.

    PD수첩 "A씨 요구로 '아파트 소유자'라는 사실 숨겨"

    이 글에서 A씨는 "밀레니엄세대 부동산과 관련해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가재울 뉴타운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것은 특정짓지 않고, 모자이크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담당 PD에게)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방금 PD님한테 다시 전화가 와서 밀레니엄세대의 부동산 고민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줬다며 특정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부분은 편집할 테니 모자이크 처리하지 말고 방송 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 글로 A씨가 무주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MBC 시사교양본부는 12일 공식 견해를 내고 "제작진은 취재 중 A씨가 인터뷰 하루 전 소형 아파트 매수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A씨가 '아파트 소유자'라는 점을 알았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나 시사교양본부는 "A씨가 선금만 지불했을 뿐 등기가 이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해당 아파트가 노출될 경우 계약이 파기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계약사실을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사실 왜곡·조작의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A씨의 사정을 고려해 계약사실을 숨겼으나) 결과적으로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렸다"며 "이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어렵게 인터뷰를 해주신 A씨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MBC 사장이 광우병 뻥친 사람인데 'PD수첩'은 오죽하겠냐"


    앞서 'PD수첩- 장관과 표창장' 편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유리한 식으로 전개됐다며 방송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던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동양대 표창장 사건에 비하면 이건 애교"라고 비꼬았다. 이 게시글에는 "학수야 감옥 가즈아" "진짜 MBC 이미지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지하도 있었네 ㅎㅎ" "이 정권에서의 조작 클라스는 영역과 그 깊이가 남다름;;; 이 정도는 돼야 뭐 스토리가 됨"처럼 MBC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의 댓글난을 통해 "MBC 사장이 광우병 뻥친 사람인데 PD수첩은 오죽하겠냐"며 "광우뻥 피디의 정신이 살아흐른다"고 PD수첩의 편향성을 꼬집었다.

    특히 아이디 'kona****'는 "얘네는 인터뷰 조작이 특기인 것 같다"며 "광우뻥·천안함 음모론부터 시작해서 뉴스 때마다 인터뷰 조작이 무슨 습성"이라고 지적, MBC 방송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아이디 'shl9****'는 "'거짓뉴스' '거짓방송' '가짜뉴스'를 문정권이 엄중처리한다 했는데 어찌하나 함 보겠다"며 앞서 '가짜뉴스에 대해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보도는 재연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방송강령 위반"


    MBC노동조합은 'PD수첩의 인터뷰 조작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MBC 사규인 방송강령에는 '보도는 연출에 의한 재연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최승호 사장 등 경영진의 반성과, PD수첩 제작진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PD수첩이 인터뷰로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지난해 12월3일 PD수첩은 '검찰기자단' 편을 보도하면서 전 검찰출입 기자와 전 차장검사라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대역 재연' 자막을 붙인 채 연기하도록 한 것은 아연실색을 넘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PD수첩 제작진은 보도에서 왜 인터뷰가 쓰이는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인터뷰란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취재한 게 진실임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증거인데, 그 인터뷰들을 거짓으로 만들고 연기까지 하는 작금의 사태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과거 광우병 관련 허위사실들을 방송했던 PD수첩은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여전히 사전원고에 현실을 짜맞추는 제작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MBC 방송강령을 위반한 보도를 방치하는 것은 경영진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