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은 황교안-원희룡… ‘큰 통합’ ‘인적쇄신’ 공감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2일 국회에서 만나 보수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 도정에 집중하겠다며 중앙정치와 거리를 뒀던 원 지사가 선뜻 힘을 보태겠다며 나선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지사를 만났다. 원 지사는 전날 박형준 통추위원장이 직접 제주도에 내려가 “보수통합에 힘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자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단 하루 만에 통추위 회의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면담 장소에 먼저 도착해 원 지사를 반갑게 맞이했다. 황 대표는 사진 기자들의 열띤 취재 경쟁에 “제가 찍을 때는 왼쪽 봐 달라, 오른쪽 봐 달라는 말을 안했는데 원 지사가 오시니 주문이 많다. 그만큼 기대가 많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황 대표는 원 지사에게 “자유민주세력이 힘을 합쳐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고 대한민국을 살리자는 뜻으로 통추위를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며 “혁신과 변화의 아이콘인 원 지사께서 통추위에 함께해줘서 감사하고 기쁘다”라고 환영했다. 

“제주도에서 대한민국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절박감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운을 뗀 원 지사는 “문재인 정권은 대놓고 제멋대로 하고 있다. 야당이 약해서 그렇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국민들은 야당이 제대로 그릇을 갖추면,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문 정권에 실망한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중도보수 층뿐만 아니라, 문 정권에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해 (문 정권을) 심판하려고 하는 비문 중도층 유권자들까지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단일 통합 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틀을 넘어서는 과감한 구태 청산으로 정치적 영역에 대한 확장 의지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등 통추위가 강조해 온 ‘반문’ 기치보다 통합 범위를 더 넓게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원 지사는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당의 중심 세력으로 키워야 한다”며 “인적쇄신의 폭도 클수록 좋다. 황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쇄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심추와 병풍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원 지사는 독자적으로 흩어진 우파 진영 인사들을 향해서도 “야권의 잠재적 리더들이 ‘1인 정당’으로 지금처럼 역할 없이 기회를 보는 형태가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나부터 모든 걸 내려놓고 융합하는 역할, 그리고 새로운 야당이 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의 발언 후 황 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변화해야 한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후 면담은 약 10분 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원 지사는 비공개 면담 후 이어진 기자들과 만남에서 ‘통합신당의 지도체제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에 “창당준비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집단지도체제 성격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 대표가 더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또 ‘통합신당이 창당된 후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안 받은 것은 없다. 저는 현직 지사이고, 도정을 당장 그만둘 수 없는 책임감이 있다. 그리고 선거법상 현직지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며 “선거운동이 아닌 통상적인 정당 활동들, 정당을 제대로 갖추고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과 함께 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남원정'이란 별칭과 함께 소장파로 분류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해 바른정당·바른미래당에 몸담은 뒤 2018년 지방선거 직전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