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수령 김일성" 국보법 위반 이적물 널렸는데…국정원·경찰청은 장기간 방치
  • ▲ 북한의 국립도서관인 인민학습대학당 웹사이트 '남산'의 메인화면. ⓒ전성무 기자
    ▲ 북한의 국립도서관인 인민학습대학당 웹사이트 '남산'의 메인화면. ⓒ전성무 기자
    최근 국내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접속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 북한 공식 웹사이트 11곳 가운데 6곳에 대해 사이트 개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차단 심의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중 4곳은 김일성 일가와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이 가득해 국가보안법·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차단 대상이다. 그러나 차단 요청 의무가 있는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했다. 

    22일 오전까지 북한 웹사이트 11곳 국내서 접속 가능

    북한이 운영하는 공식 웹사이트 가운데 22일 오전까지 '조선관광' '만물상' '남산' '조선료리' '김책공업종합대학' '미래' '고려항공' '국가해사감독국' '우리민족강당'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 '조선의오늘' 등 11곳이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국내에서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었다.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들 11곳의 북한 웹사이트 중 '남산' '만물상' '조선료리' '조선관광' '고려항공'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 등 6곳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방심위에 차단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심위는 △북한의 주체사상·선군정치 등을 선전하는 내용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일방적 주의·주장을 선동하는 내용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代)의 정치적 지도력을 미화·찬양하는 내용을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정보로 본다.
  • ▲ 북한 음식점과 요리를 소개하는 '조선료리' 웹사이트. ⓒ전성무 기자
    ▲ 북한 음식점과 요리를 소개하는 '조선료리' 웹사이트. ⓒ전성무 기자
    만물상·고려항공 제외한 4곳, 국보법 위반 정보 수두룩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이들 북한 웹사이트 6곳 가운데 '만물상'과 '고려항공'을 제외한 4곳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代)를 미화·우상화하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을 다수 포함했다. 

    '남산'에서는 "위대한 수령님"이라며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인 그림책 <림강현 외차구전투> 전문을 PDF 파일 형태로 통째로 내려받을 수 있다. 북한의 금성청년출판사가 2019년 발간한 이 책은 일제강점기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벌여 '혁명1세대'로 통하는 황순희와 박성철의 회상기를 토대로 구성됐다.

    '조선료리'는 옥류관·청류관·평양면옥 등 북한의 대표적 음식점과 요리를 소개한다. 하지만 "옥류관은 창립되여 지금까지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백수십 차례나 모시는 최상의 영광을 지니였습니다" "그 이름도 뜻깊은 청류관은 경애하는 장군님의 이민위천의 리념이 구현되여 있는 위대한 사랑의 결정체" 등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 내용도 많다.

    북한의 관광총국이 직접 운영하는 '조선관광'은 북한의 주요 관광지, 주제별 관광정보, 축제 및 행사, 입국방법, 국내교통 등을 소개하지만, 역시 김정은 업적과 찬양 내용 일색이다.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의 관광객 게시판에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숭고한 인민관에 떠받들리여 세계의 명산 금강산에도 이제 머지않아 우리 식의 건축물들이 세상에 보란 듯이 일떠설 것이다" "우리 인민들을 이 세상 가장 행복한 인민으로 떠받드시려 삼복철의 폭열강행군을 줄기차게 이어가신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등의 글이 올라 있다.
  • ▲ 북한의 '국가해사감독국' 웹사이트에 올라온 '뿌찐의 선물'. 김씨 일가를 찬양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 북한의 '국가해사감독국' 웹사이트에 올라온 '뿌찐의 선물'. 김씨 일가를 찬양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방심위, 지난해 북한 사이트 3곳 심의하고도 '해당 없음' 결정

    경찰청 등이 북한 웹사이트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방심위가 기각한 사례도 있다. 경찰청 등은 지난해 '김책공업종합대학' '미래' '국가해사감독국' 등 북한 웹사이트 3곳의 차단을 요청했지만, 같은 해 3월 방심위는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은 이들 웹사이트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봤지만, 방심위는 국보법 위반 내용이 70%를 넘지 않아 차단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일성방송대학이 운영하는 사이버대학인 '우리민족강당'은 2004년 11월,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2015년 1월 방심위가 접속 차단 조치를 했지만, 현재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취급하는 국정원·경찰청은 북한 웹사이트 논란이 벌어진 지난 19일 이후에도 방심위에 차단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친북(親北) 기조에 부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 여러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