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사현장서 '군사기밀' 추정, 휴대폰 발견… 美, 수거 성공했지만 전소돼 포렌식 못해
  • ▲ 불타는 솔레이마니 시신. 폭스뉴스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공개했다. ⓒ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불타는 솔레이마니 시신. 폭스뉴스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공개했다. ⓒ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란 군부 최고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의 최후를 확인한 것은 미군 특수작전부대였다. 이들은 2011년 5월 알 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지난해 10월 IS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사살 때처럼 솔레이마니의 시신을 확인한 뒤 유류품을 수거하고 사진을 촬영한 뒤 철수했다.

    폭스뉴스가 공개한 솔레이마니 최후의 사진

    폭스뉴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뒤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얻은 자료’라며 사진 몇 장을 공개했다. 미군 드론의 공격을 받은 솔레이마니 일행의 차량이 불타는 사진과, 차량 옆으로 끌어낸 솔레이마니의 시신, 그의 유류품을 찍은 사진이었다.

    솔레이마니 일행은 지난 1월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800m 떨어진 도로에서 드론 'MQ-9 리퍼'의 헬파이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솔레이마니와 그를 호위하던 일행 9명이 모두 즉사했다고 폭스뉴스는 설명했다.

    미군 특수작전부대는 솔레이마니 일행의 차량이 불타는 것을 보고 현장에 접근해 ‘폭격피해평가(bomb damage assessment)’에 착수했다.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본 것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진 채 불타는 차량과, 그 옆에서 불타는 솔레이마니의 시신이었다. “솔레이마니의 시신은 발견 당시 팔·다리가 사라진 상태였다.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시신을 차에서 끌어내 불을 끄고 신원을 확인했다”고 폭스뉴스는 설명했다.

    솔레이마니는 시집(詩集)과 이란 현금다발, SIG 권총과 AK-74 자동소총을 가지고 있었다. 휴대전화도 있었다. 폭스뉴스는 “사진 왼쪽 윗부분에 불탄 솔레이마니의 휴대전화가 보인다”면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의 휴대전화와 전자기기들을 정밀분석했겠지만, 미사일 공격으로 모두 불타버리는 바람에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휴대폰에는 이란의 군사기밀은 물론, 북한과 무기 거래에 대한 단서 등 주요 정보가 들어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폭스뉴스는 “이라크에서 복무했던 사람의 이야기”라며 “솔레이마니는 자신이 미국에서 죽인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고 덧붙였다.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의 뒷이야기

    솔레이마니 제거에는 이스라엘의 도움이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NB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도움을 줬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시리아 다마스커스부터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까지 솔레이마니를 추적하면서 이스라엘 요원으로부터 ‘핵심적인 도움’을 얻었다. 그 덕분에 솔레이마니가 어느 항공편을 탔고, 언제 도착했으며, 입국장에서 언제 나와 어떤 차량을 탔는지 쉽게 추적할 수 있었다.
  • ▲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촬영한 솔레이마니의 유류품. 왼쪽 윗편에 검게 탄 휴대전화가 보인다. ⓒ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촬영한 솔레이마니의 유류품. 왼쪽 윗편에 검게 탄 휴대전화가 보인다. ⓒ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타임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은 이에 대해 별다른 보도는 하지 않았다. 대신 NBC 보도를 인용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작전을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브리핑한 사실, 총리가 이번 작전을 "극적인 성공이었다"고 평가한 사실 등을 전했다.

    NBC에 따르면, 지나 해스펠 CIA 국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서로 다른 곳에서 드론이 솔레이마니를 추적·제거하는 모습,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폭격평가를 하는 모습 등을 지켜보았다.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솔레이마니 일행은 2대의 구형 세단과 1대의 승합차에 나눠 타고 이동했다. 이들을 감시하던 신호첩보(SIGINT) 담당 요원은 차에서 나오는 휴대전화 신호를 감청해 솔레이마니 일행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카타르에 있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전진사령부(Foward HQ)에서 드론을 조종해 솔레이마니 일행을 공격했다. 드론이 발사한 4발의 헬파이어 미사일은 차량 3대를 완전히 파괴했다. 드론을 뒤따르던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마무리 작업을 했다.

    이번 작전에서 미국이 아쉬워하는 점 두 가지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은 성공한 것이 맞다. 다만 미국으로서는 두 가지가 아쉬운 점이다.

    첫째는 솔레이마니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가 불탄 것이다. 폭스뉴스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불탄 솔레이마니의 휴대전화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이다. 보통 무기명 선불폰(일정금액을 내고 쓰는, 가입이 필요없는 전화)이 피처폰이다.

    무기명 선불폰은 전화번호 파악이 어려워 감청이 쉽지 않다. 즉, 솔레이마니가 이 전화로 예멘에서 활동 중인 후티반군,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등은 물론 이란 최고지휘부와도 통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것이 불타버리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됐다.

    두 번째는 같은 날 예멘에서 있었던 또 다른 작전이다.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던 날 예멘에서는 미국의 다른 공작팀이 ‘압둘 레자 샤흘라이’라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장성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샤흘라이는 사우디 주재 미국대사를 암살하려 했던 인물이다. 혁명수비대에서는 재정 책임을 맡아 미국 재무부가 2011년 10월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국무부가 샤흘라이에게 1500만 달러(약 173억60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이 작전이 왜, 어떻게 실패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 작전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우리가 그를 제거했더라면 하룻밤 사이에 자랑거리가 두 개였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