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대리시험 아닌 오픈북 시험" 주장… 법조계 "대법 판례, 법죄구성요건 등에 따라 혐의 인정"
  • ▲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일가 의혹으로 지난해 12월31일 재판에 넘겨진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일가 의혹으로 지난해 12월31일 재판에 넘겨진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을 기소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끈 것은 '조국 부부의 온라인 대리시험'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57·구속) 씨가 아들 조모(23) 씨의 미국 대학 시험문제를 대신 풀어준 것이 학사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일부 인사들은 '해당 시험은 오픈북 시험이어서 범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부부의 '온라인 대리시험'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법조계는 과거 대법원 판례, 범죄구성요건 등을 이유로 "조 전 장관의 업무방해죄는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해 12월31일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두 자녀 입시비리와 딸 조민(28) 씨의 장학금 부정수수 의혹, 사모펀드 비리 및 허위 재산신고, 증거 조작 등 네 가지 사안에 대해 12개 혐의, 11개 죄명을 적용했다. 이 중 두 자녀의 입시·학사비리 의혹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적용한 혐의는 '업무방해'다. 조 전 장관이 각 대학의 입학·학사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미다.

    ①"대리시험=업무방해" 대법원 판례 적용 가능

    '업무방해'는 형법 314조에 규정됐다. 형법 314조 1항은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313조가 규정한 방법이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다. 이때 위계는 '속임수를 사용하는 경우'를, 위력은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하는 경우'를 말한다.

    검찰은 이 혐의를 조 전 장관의 자녀 입학·학사비리 의혹에 적용했다. 아들 조씨와 관련해서는 △2013년 7월15일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예정증명서 허위 발급 △2016년 11월1일, 2016년 12월5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2018학년도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부정지원 등에 대해서다.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지원한 의혹에도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법조계는 조 전 장관의 대리시험 등에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거 대법원 판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기준 등의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1986년 9월9일 A씨가 시험감독자를 속이고 원동기장치 자전거운전면허시험을 다른 사람 대신 응시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 사건의 경우 사립 시험을 대신 본 경우 적용되는 '업무방해죄'와 법리는 똑같다"고 설명한다. 대법원 판례는 국가시험을 대리 응시한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 사립 시험의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②'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구성요건 해당한다  

    대리시험을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하급심 판단도 있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정영훈 부장판사는 2018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개월과 추징금 195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2017년 6명에게 총 1950만원을 받고 토익·텝스 등 공인 영어시험을 대신 응시한 혐의다. 앞서 B씨는 2013년에도 같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강태근 '법률사무소 신록' 변호사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가) 입학 지원할 때 낸 전형서류를 허위로 만들어 제출한 건데, 이는 전형적으로 '위계'에 해당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며 "업무방해죄는 현실적으로 (해당 학교의) 업무가 방해됐는지 구체적 결과를 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계를 사용해 업무방해 위험만 초래돼도 성립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해당 학교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위험만 충분하면 업무방해가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③구체적 결과 아닌 '위험'만 초래해도 성립 가능

    강 변호사는 "온라인 대리시험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행평가를 대신해주는 부모도 전부 기소해야 하는가'라고 말하는데, 온라인 대리시험은 자신이 답을 골라야 하는 엄연한 '시험'으로 수행평가와는 다른 문제"라며 "과거 대법원에서도 대리시험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처벌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도 과거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조 전 장관의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동의 권오현 변호사는 "학사관리는 교수의 재량 부분으로, 그 학사 기준에 벗어나게끔 외부에서 위계·위력으로 방해하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과거 대리시험 행위 자체만으로 업무방해로 처벌했던 법원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업무방해죄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람의 활동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으로, 업무를 하는 기관 내지 회사에 업무외적으로 (피고인이) 관여를 통해 활동의 자유 내지 업무의 공정성이 깨졌을 경우, 이 부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라며 "(부정입학 의혹으로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된) 정유라의 경우보다 죄질은 훨씬 좋지 않아 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이 받는 혐의는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뇌물수수,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김영란법)위반, 공직자윤리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31일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부인 정씨와 노환중 전 양산부산대병원장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