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빼고, 정부에 1 대 1 협상 요구… 노동계 “정부 압박, 모양새 안 좋다” 우려
  •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뉴시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조합원 수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을 추월하며 제1노조에 올라선 이후 정부에 사실상 단독교섭을 요구했다.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배제하고 정부와 민주노총 간 1 대 1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몸집이 커진 민주노총이 단독교섭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은 96만8035명(2017년 71만2000명)이다. 이는 한국노총 93만2991명(2017년 87만2000명)보다 3만5044명 많은 수치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참여해 노사 갈등 등 사회적 분쟁을 조정하는 법적 기구로, 한국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소속됐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말 경사노위에서 탈퇴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제1노총이 경사노위에서 빠져, 향후 경사노위의 합의가 반쪽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사노위 들어가야 한다는 전제는 폭력적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과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며 ”경사노위에 안 들어가면 안 된다는 전제는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의 틀이 아닐지라도 다양한 방면에서 정부와 교섭·협의·대화를 통해 개혁 의제를 놓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노사관계가 발전하려면 투쟁도 필요하지만 교섭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다양한 교섭의 틀을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경사노위가 ‘정치과잉화’돼 있지 않은가”라며 “여기에 들어오지 않으면 (민주노총과)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정부가 폭력적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우려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강경행보로 고용부를 비롯해 경사노위·한국노총·경총 등 모두가 걱정이 많다”며 “민주노총이 제1노조로 올라선 뒤 경사노위에 들지 않고 정부와 단독교섭하겠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논의하자고 만든 경사노위를 무시하고 정부와 교섭하겠다는 것은 사용자인 기업 측이 볼 때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며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사 갈등의 중재자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의 최근 조합원 설문조사에 독자정당 창당 방안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복수 진보정당 시대에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응할지 설문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정치적 분화 가능성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