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조국, 죄질 안 좋고 범죄 소명됐다면서도 범죄 중대성 없다… 법원 결정 모순"
  • ▲ 법원이 27일 새벽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성원 기자
    ▲ 법원이 27일 새벽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성원 기자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 논란이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고 부인 정경심(57·구속) 씨가 구속된 점' 등을 이유로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말은 법조계에서 '혐의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는 '범죄 혐의가 거의 입증됐다'는 말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정무적 책임은 내게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그래서 내게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전직 법무부장관이 헌정을 농단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7일 밝힌 구속영장 기각 사유는 이렇다. "현 단계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영장 기각, 구체적 이유는 

    '유재수 감찰 무마' 관련 조 전 장관의 범행을 두고 권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부연했다. 영장 기각 사유 전문은 "조국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적시했다. 

    권 부장판사는 그러나 "구속전피의자심문 당시 조 전 장관의 진술 내용 및 태도, 조 전 장관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점 등과 조 전 장관을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조 전 장관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은 일관되게 법적 책임을 부인했다. 지난 17일 성명, 26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밝힌 내용이다. 조 전 장관이 17일 변호인을 통해 낸 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번 사건의 경우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의 공적 업무 수행과 관련된 일이다. 언론을 통해 계속 '직권남용에 의한 감찰 중단'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16일, 18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조 전 장관은 26일 영장실질심사 출석 때에도 법적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이어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정무적 책임은 인정한 반면, 법적 책임은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진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2시50분쯤 영장실질심사 이후 "감찰 중단은 처음부터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전직 법무부장관이 법을 무시하나" 

    권 부장판사는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범행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의 범행을 두고 '죄질이 나쁘다'고 평하기도 했다. 

    형사 전문 강민구 변호사는 "영장을 기각한 실질적인 이유는 조 전 장관이 몸통이 아니라 사실상 조 전 장관에게 (감찰 중단을) 부탁한 사람들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본 것 같다"며 "하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일가 비리는 물론 울산시장 하명수사, 선거 개입까지 연루돼 있고, 그 죄질들 하나 하나가 다 무겁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법적 책임 부인을 두고 법조인들의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번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권 부장판사의 영장 기각 사유가) 앞뒤가 모순되는 게, 앞에서는 죄질이 안 좋고 범죄가 소명됐다면서 뒤에서는 범죄 중대성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직권남용은 중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또 "전직 법무장관이고 전직 민정수석이면 법 집행하는 기관에서 법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영장 기각) 사유서에 '피의자의 지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럴수록 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주현 변호사(한변 청년위원장)는 "부패 공직자에 대한 감찰 무마는 작은 불씨일 뿐이고, 오히려 공작선거 개입, 이를 대가로 한 각종 인사 자리 나누기, 캠코더 인사 등 큰 불들을 끌 수 없을 것"이라며 "본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행적만 하고 떠났는데, 피의자 신분에서도 변명하기 급급한 대한민국 위선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선미 변호사 역시 "조 전 장관의 범죄 중대성이 인정됐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비교했을 때에도 구속되는 게 맞다"며 "그의 정무적 책임은 변명이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할 전직 법무장관이 위법, 탈법을 하고 범행도 부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더했다. 

    서울 서초동의 A 변호사는 "선거 개입 등 문재인 정부를 전체적으로 보면 법을 무시하는 '헌정 농단'을 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죄질 나쁜 직권남용 범죄 인정...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법조계의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동부지검은 27일 오후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의 B변호사는 "법원 관례상 부모·부부를 한꺼번에 잘 구속하지 않는다"며 "범죄 사실에 입각해서는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안 좋으나, 그런 부분은 백번 인정돼도 도주 가능성이 미비하다면 (사전구속영장 발부는) 이에 치우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가 제동걸릴 수가 없고, 특히 법치주의에서 이 사안은 제동이 걸릴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박주현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이미 칼을 뽑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제동이 걸린다기보다 더욱 더 칼을 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권 부장판사가 밝힌,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 '죄질이 나쁘다' 등 기각 사유도 이에 대한 이유라고 봤다. 

    앞서 권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0시50분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재수(55·구속)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를 알면서도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한편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시절, 관련 업체가 건넨 49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다. 청와대는 2017년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해 말 감찰이 중단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었다. 

    현재 구속 상태의 유 전 부시장은 2020년 1월 6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이 지난 13일 유 전 부시장을 기소했다. 앞서 권덕진 부장판사가 11월 27일 범죄 혐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11월 13일 뇌물수수와 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