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일 정상회담, 화이트리스트·지소미아 논의 평행선… 아베는 '안보협력' 부각
  •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이 머리를 맞대 지혜로운 양국관계를 조속히 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착상태를 이어가는 한일관계를 풀어보자는 뜻이지만, 두 정상은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문제에 대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리아호텔에서 약 50분간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방콕에서의 만남에서 일본과 한국 양국관계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그에 따라 현재 양쪽 당국 간에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일본과 한국은 역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교역과 인적교류에 있어서도 더욱 중요한 매우 큰 동반자”라고 말했다. 이어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수출 관련 조치에 대한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주장은 이날도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시적 일괄타결보다 정상 간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만 이루는 선에서 대화가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강제징용 여전히 인식차… 근원 해법 도출 안 돼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이라며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전 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또 일본·한국·미국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며 "저로서도 중요한 일한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오늘은 아주 솔직한 의견교환을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방침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최근 엄중한 한반도 정세 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한·미·일 사이의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일본 측 요청을 계속 지지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섯 번째이자, 지난해 9월25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된 회담 이후 15개월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장 시한과 관련해 "어쨌든 그냥 무작정 계속 길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어느 정도 기한 안에는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는 것을 한일 양국이 인지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이 15개월 만에 열렸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며 "강경책 일변으로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어놓은 사람들이 그대로인데,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은 아니었는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현실성 결여된 文 ‘동북아 철도공동체 제안’

    한편 문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동북아에서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 평화안보체제를 이뤄낸다면 진정으로 대륙과 해양의 네트워크 연결을 완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북철도사업을 매개로 중국·러시아와 함께 대북제재 완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연말 경색된 비핵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연말 외교전의 핵심 구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러의 남북철도·도로사업을 포함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 초안에 대해 미국이 반대 방침을 명확히 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허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중국의 일대일로, 일본의 인도·태평양구상, 한국의 신북방·신남방정책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 모두의 평화와 번영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평화가 경제가 되고, 경제가 평화를 이루는 평화경제를 아시아 전체에서 실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