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어 한국 첫 공연 성황리에 개막…부산 홀렸다
  •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 장면.ⓒ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 장면.ⓒ에스앤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 원어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25주년 기념 내한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오리지널 공연이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2001년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최초 공연되는 부산(12~2월)을 시작으로 서울(3~6월), 대구(7~8월) 3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지난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개막했다. 웅장한 무대세트, 귓가에 맴도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아름다운 음악, 주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부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친절한 자막도 눈길을 끌었다. '프랑크푸르트' 대신 '제주도'를 등장시키며 감흥을 더했다.
  •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 장면.ⓒ에스앤코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 장면.ⓒ에스앤코
    ◇ 숫자로 본 '오페라의 유령'

    1986년 10월 영국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전 세계 41개국, 183개 도시에서 1억4000만명이 관람했다. 1988년 1월 26일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올랐으며, 2012년 11월 12일 1만 번째 공연을 기록해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최초로 티켓 매출액 60억불을 달성했으며, 토니상·올리비에상·드라마데스크상·그래미상 등 세계 메이저 어워드 70개 부문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30년 이상 연속 공연된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이 유일하다. 현재 뉴욕·런던·월드투어·브라질·US투어·UK투어 등 8개 프로덕션이 쉬지 않고 매일 밤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1년 한국어로 제작돼 7개월간 총 244회 공연, 24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뮤지컬 시장이 확대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당시 140억의 예산으로 190억의 수익을 남겼다. 2001·2009년 한국어 공연, 2005·2012년 내한 공연 네 번의 시즌을 거치며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월드투어를 준비하면서 한국시장의 중요성과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공연을 보지 못한 잠재적 관객이 더 많다. 흥행영화 1000만 관객 시대다. '오페라의 유령'도 1000만 관객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 ▲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에스앤코
    ▲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에스앤코
    ◇ 거장들 손에서 탄생한 불멸의 명작

    '오페라의 유령'은 찰스 하트의 가사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고 브로드웨이에서 21개의 토니상을 받은 고(故) 해롤드 프린스(1928~2019)가 연출한 합작품이다. 극 전체를 대사 없이 음악으로만 구성한 오페레타 형식을 띤다. 

    이번 월드투어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세트는 무대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1949~2002)이 고증을 통해 재현한 230여 벌의 의상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호수 장면, 화려한 가장무도회 등 낭만적인 풍경을 구현한 비주얼이 압권이다.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은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별세한 해럴드 프린스를 추모하며 "그는 '오페라의 유령'의 모든 구조를 만든 천재다. 지난 50년간 프린스가 참여한 수많은 뮤지컬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뮤지컬에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설이다. 그가 그립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 유령이 마스크만 남겨둔 채 사라지는 비밀에 대해 묻자 "노(NO)!"'라고 답했다. "저처럼 단호하게 '노'라고 대답하는 사람 때문에 비밀이 유지될 수 있다. 라이브고, 항상 마법으로 이뤄지는 환상적인 공연이다. 관객들을 놀라게 해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 웨버 음악에 홀리다

    '오페라의 유령'은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야수'와 함께 서양의 4대 괴기담 중 하나로 기자 출신인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가스통 루르(1868~1927)가 1910년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파리 오페라 극장 가르니에궁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은 19세기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다.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팬텀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주제곡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밤의 노래', '나를 생각해주세요', '바램은 그것뿐', '돌아올 수 없는 곳' 등 웨버의 명곡들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버무려져 짙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세 편의 오페라 '한니발', '일 무토', '돈 주앙의 승리'는 뮤지컬 넘버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라이너 프리드 연출은 "웨버의 음악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 음악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 공연 자체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고, 음악·안무·연출 등 모든 부분에 로맨틱함이 배어 있다.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새로운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 ▲ 부산 드림씨어터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스앤코
    ▲ 부산 드림씨어터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스앤코
    ◇ 추락 속도 더 빨라진 샹들리에, 그 비밀은?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기념품 경매장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의 자작 라울이 뮤직박스 경매에 입찰하고, 이어 복원된 대형 샹들리에가 공개된다. 경매사가 샹들리에 얽힌 비화를 설명하자 무대 위에 놓여 있던 샹들리에가 하늘로 올라 관객들 머리 위 극장 꼭대기까지 오른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는 크리스틴과 라울이 함께 떠나기로 한 사실을 유령에게 들키고, 크리스틴과 배우들이 인사를 하는 순간 12.5m 천장에서 샹들리에가 앞쪽 객석을 통과해 무대로 곤두박질 친다. 샹들리에는 관객들을 '오페라의 유령'의 세계로 순식간에 끌어들이는 상징적인 존재다.

    샹들리에는 객석 1열 위쪽에 매달려 있다가 무대 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6000개가 넘는 비즈가 장식돼 있으며, 기존의 전선으로 연결하는 조명에서 배터리로 사용하는 LED 조명으로 바꿨다.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하강 속도가 2012년 내한 공연보다 초당 3m로 1.5배  빨라졌다.

    알리스터 킬비 기술감독은 "프로시니엄 아치, 샹들리에를 기술적으로 다듬었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2개의 도르래를 사용해 풀리는 시스템이다. 하중을 줄여 바닥으로 떨어질 때 무게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며 "구조적·건축적인 문제로 공연할 수 없었던 극장에서도 이제 동일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부산 공연은 2020년 2월 9일까지 만날 수 있으며, 3월 14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7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