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조국사태' 사실상 선거운동… "현직 공무원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
  • ▲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9일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북콘서트를 열었다. ⓒ뉴시스
    ▲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9일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북콘서트를 열었다. ⓒ뉴시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수사' 의혹을 받는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이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힌 그가 북콘서트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한다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다.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정치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주광덕)'는 전날 황 청장을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특위 측은 황 청장이 현직 경찰 신분으로 자신의 출마 예정지역인 대전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과 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북콘서트·알릴레오서 정치적 발언

    황 청장은 지난 9일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의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콘서트에는 정치인과 전·현직 경찰을 비롯해 지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청장 측은 "북콘서트는 선거 출마와 무관하다"며 순수하게 책을 홍보할 목적으로 행사를 열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책의 내용 자체가 검·경의 갈등을 다루는 데다 조국(54)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자신의 하명수사 등과 관련 검찰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은 공직 선거운동기간 전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다. 황 청장이 북콘서트를 개최한 대전 중구는 그의 출마 예정지역이다.  

    황 청장은 당시 검찰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검찰이 비리를 덮어놓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을 통해 하명수사, 선거 개입 수사 프레임을 만들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청장은 앞서 지난 3일에도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검찰을 비판하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부터 하명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 청장은 "고발이 접수돼 통상적으로 피고발인인 김기현 시장을 소환조사할 수 있었다"면서 "경찰이 선거에 나쁜 영향을 주고자 마음먹었으면 망신주기 수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경 갈등이나 '조국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비판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며, 경찰청장이 법리적 검토를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황 청장이) 검·경 갈등이나 조 사태와 관련한 것은 현재 법리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어느 정파의 의사와 일치하느냐에 대한 부분을 따진다면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일반적 의미에서의 선거운동에 대입해본다면 황 청장의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목적의사 명백하면 선거운동"

    앞서 지난 2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제주지법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원 지사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인 5월23일 서귀포시 모 웨딩홀에서 열린 행사와 24일 제주관광대학교 축제 개막식에 참석해 공약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원 지사가 당선을 위한 목적의사를 명백히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 지사가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고 공약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발언 시점도 20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며 "당선을 위한 발언이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목적 의사를 명백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주도지사로서 할 수 있는 의례적 발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직 경찰 간부 신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부분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선거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법치를 수호해야 할 임무를 지닌 고위 경찰관이 위법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황 청장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부터 하명받아 울산시장선거 야권 후보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선거 개입 수사를 했다고 의심받는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3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황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올해 피의사실 공표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추가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황 청장과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