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조국사태' 사실상 선거운동… "현직 공무원 정치적 중립 의무도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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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수사' 의혹을 받는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이번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힌 그가 북콘서트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한다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다.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정치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주광덕)'는 전날 황 청장을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특위 측은 황 청장이 현직 경찰 신분으로 자신의 출마 예정지역인 대전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과 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북콘서트·알릴레오서 정치적 발언황 청장은 지난 9일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의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콘서트에는 정치인과 전·현직 경찰을 비롯해 지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청장 측은 "북콘서트는 선거 출마와 무관하다"며 순수하게 책을 홍보할 목적으로 행사를 열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책의 내용 자체가 검·경의 갈등을 다루는 데다 조국(54)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자신의 하명수사 등과 관련 검찰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은 공직 선거운동기간 전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다. 황 청장이 북콘서트를 개최한 대전 중구는 그의 출마 예정지역이다.황 청장은 당시 검찰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검찰이 비리를 덮어놓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을 통해 하명수사, 선거 개입 수사 프레임을 만들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청장은 앞서 지난 3일에도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검찰을 비판하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부터 하명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황 청장은 "고발이 접수돼 통상적으로 피고발인인 김기현 시장을 소환조사할 수 있었다"면서 "경찰이 선거에 나쁜 영향을 주고자 마음먹었으면 망신주기 수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법조계에서는 검·경 갈등이나 '조국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비판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며, 경찰청장이 법리적 검토를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황 청장이) 검·경 갈등이나 조 사태와 관련한 것은 현재 법리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어느 정파의 의사와 일치하느냐에 대한 부분을 따진다면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일반적 의미에서의 선거운동에 대입해본다면 황 청장의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목적의사 명백하면 선거운동"앞서 지난 2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기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제주지법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원 지사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인 5월23일 서귀포시 모 웨딩홀에서 열린 행사와 24일 제주관광대학교 축제 개막식에 참석해 공약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당시 재판부는 원 지사가 당선을 위한 목적의사를 명백히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 지사가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히고 공약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발언 시점도 20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며 "당선을 위한 발언이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목적 의사를 명백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주도지사로서 할 수 있는 의례적 발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현직 경찰 간부 신분으로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부분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고 선거 관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법치를 수호해야 할 임무를 지닌 고위 경찰관이 위법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한편 황 청장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부터 하명받아 울산시장선거 야권 후보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선거 개입 수사를 했다고 의심받는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3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황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올해 피의사실 공표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추가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황 청장과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