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美 정찰기 출현→ 7일 트럼프-文 전화→ 8일 北 '중대시험' 발표→ 9일 트럼프 강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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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부터 예견됐던 北의 ‘중대한 시험’
북한이 서해 동창리미사일시험장에서 뭔가를 벌일 것이라는 징후는 11월 말부터 나왔다. 지난달 27일 미군 전략정찰기 RC-135V '리벳 조인트'와 E-8C '조인트 스타즈'가 한반도 상공에서 포착됐다. 북한은 28일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쏘았다. 이날 미군은 EP-3E 정찰기를 한반도로 보냈다. 방사포 등 북한군의 단거리 발사체 때문이라면 여기서 그쳐야겠지만 미군 정찰기는 이후로도 계속 날아왔다.
지난달 29일에는 국가정보원이 “동창리시험장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그러나 북한이 동창리시험장에서 미사일을 쏘거나 다른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지적에는 “단정하기 이르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미군 유일의 유인 정찰기 U-2S가 한반도 상공을 횡단했다. U-2S는 100km 거리에서 지름 1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같은 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프랑스 국립연구원(CNES)과 에어버스 측이 11월1일 촬영한 동창리시험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방송은 “동창리시험장 인근에서 차량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에는 하루 사이에 미군 정찰기 3대가 날아왔다. 오전 1시에는 E-8C 조인트 스타즈가 휴전선 남쪽에서 한반도 상공을 횡단했다. 이어 EO-5C 전술용 전선 정찰기가 수도권 상공을 비행했다. 오후에는 RC-135U가 휴전선 남쪽 상공을 비행했다. RC-135U는 미군에도 2대 밖에 없는 특수 기종으로 수백 km 바깥의 텔레메트리(원격측정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위성사진에 포착된 동창리…미사일 고체연료 시험 가능성
미국 CNN은 지난 5일(현지시간) 동창리시험장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과 함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장의 분석을 전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엔진을 시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이 공개한 사진에는 10m 길이의 컨테이너들이 보인다. 미사일 엔진 정도는 넣을 수 있는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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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며 “두 정상은 최근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조기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상징후나 대응책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외신들에 성명을 보냈다. 김 대사는 성명에서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며 “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그저 시간을 벌려는 속임수”라며 대화 타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 국내정치용으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중대한 시험” 트럼프 “김정은, 그러다 다 잃는다”
같은 날 오후 북한은 동창리시험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7일 오후 서해 위성발사장(동창리미사일시험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면서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노동당 중앙위에 보고했다”고 8일 담화에서 밝혔다. 그는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 결과는 머지않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중대한 시험’에 관해 발표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2020년 대선을 함께 언급했다.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그(김정은)는 내가 곧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가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김정은과 3년 동안 잘 지내왔던 사이”라며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무척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좋지만 약간의 적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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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모든 것 잃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정은은 매우 영리하다. 그리고 그가 적대적으로 군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는 싱가포르에서 나와 비핵화에 합의했다”며 “그는 미국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끝내거나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통치하의 북한은 거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이는 비핵화 약속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중국·러시아·일본 등 전 세계가 이 주제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2017년 초부터 그해 11월 말까지 이어졌던 ‘말싸움(Verbal Fighting)’에 비해서는 강도가 낮지만,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의 이후에 나온 말이라 그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거푸 내년 미국 대선을 언급한 것은 김정은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미군 정찰기 또한 북한에 강력한 신호를 줬다. 미군 정찰기는 보통 위치발신장치를 끈 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에어크래프트 스팟과 같은 민간단체들이 확인할 수 있게 위치발신장치를 켜 채 정찰했다는 것은 북한에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상의 경고라는 풀이가 군 안팎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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