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선거 캠프→ 청와대→ 경찰 ‘정치적 수사’… 靑 ‘하명수사’ 정황 커져
  • ▲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뉴시스
    ▲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뉴시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후 울산경찰을 찾아가 참고인 진술을 통해 수사를 도운 것으로 6일 드러났다. 송 부시장이 단순히 첩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상대 후보 비위 수사에 적극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거 개입을 위한 ‘청부수사’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한국일보는 이날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2017년 12월 경찰청으로부터 해당 첩보 보고서를 건네받은 전후로 송 부시장을 두 차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시장 측근인 박기성 전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사건과 지역 건설업자 A씨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울산시청 공무원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던 당시 수사팀은 송 부시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만나 협조를 받았다.

    당시 수사팀은 청와대 첩보를 통해 박 전 비서실장이 2017년 울산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 레미콘 공급업체를 울산지역 업체로 바꾸기 위해 시청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2018년 1월 송 부시장을 불렀다. 참고인 진술에서 송 부시장은 박 비서실장이 공무원들에게 레미콘 업체를 바꾸도록 강요했다는 피해 공무원들의 진술을 대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측근 “송병기 진술이 영장 결정적 계기”

    박 전 비서실장은 “2018년 3월16일 경찰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할 때 퇴직 공무원의 진술이 영장 발부의 결정적 계기가 됐음을 확인했다”면서 “그 퇴직 공무원이 송 부시장인 걸 이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박 전 실장 직권남용 사건은 청와대에서 하달된 첩보에 따라 착수한 수사로 알려져 있는데, 청와대에 비리를 최초 제보한 장본인이 바로 송 부시장이다. 결국 경찰은 사실상 ‘하명수사’의 원래 제보자를 만나 혐의를 확인하는 특이한 구조의 청부수사를 한 모양새가 됐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2월 지역 건설업자 A씨의 고발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팀과 한 차례 접촉했다. A씨가 자신의 아파트 사업부지를 강제 수용당했다고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은 송 부시장을 만나 A씨 토지 수용 배경을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수사팀에서 A씨가 김 전 시장의 동생을 고발한 사건도 맡았다는 점에서, 송 부시장이 김 전 시장 측을 겨냥해 경찰 조사에 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송 부시장이 하명수사 의혹의 시작(첩보 생산)과 끝(경찰 수사)에 모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울산시장선거를 둘러싸고 송철호 선거 캠프→ 청와대→ 경찰로 이어지는 ‘정치적 수사’가 기획됐을 개연성이 더 짙어지게 됐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은 내년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출마를 계획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다. 다만 황 청장은 송 부시장과 6·13지방선거 전에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송 부시장의 울산시청 사무실과 자택, 그가 몸담았던 울산발전연구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동시에 송 부시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나온 송 부시장은 "청와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그냥 일반적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野 "文정권의 선거 개입 국정농단"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선거캠프의 '청부수사', 청와대의 '기획수사', 경찰의 '하명수사' 등 선거캠프-청와대-여당-경찰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은 이제 그 진실이 드러나는 것만이 남았다"며 "선거 개입으로 자유민주주의 파괴의 정점을 찍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은 반드시 그 실체가 낱낱이 벗겨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하명수사와 표적수사, 그리고 청부수사의 증거와 정황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간에서는 과거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선거를 연상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심각한 것은 3류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추악한 장면들이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의 권력 심장부 문재인 청와대로부터 끝도 없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는 이제 입을 좀 닫았으면 좋겠다"며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자체 조사를 했다면 내부의 대처방안으로 참고하면 되는 것이지, 몇 번씩 발표하고 또 그 내용도 보도를 보면 당사자들의 발표와도 다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