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선거에 靑 민정수석실 '공작' 정황… '하대감 게이트' 의혹에도 文은 침묵
  • 왼쪽부터 조국 전 민정수석, 송철호 시장, 문재인 대통령,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 왼쪽부터 조국 전 민정수석, 송철호 시장, 문재인 대통령,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울산시장선거 공작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핵심 실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문건을 직접 하달했고, 경찰이 압수수색 전후 수사 진행상황을 청와대에 아홉 차례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의혹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절친인 송철호 시장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방향으로 확산했다.

    백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최측근으로 모시는 문 대통령의 절친과 경쟁하는 야당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비리 첩보를 경찰에 이첩했다. '월권'의 소지가 강하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공식 보고절차 없이 봉투에 밀봉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시절 공직자에 대한 별도의 감찰 전담인력을 뒀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 가운데 특별업무를 따로 부여받은 경찰 출신은 청와대 근무 중 총경으로 승진했다.

    공직 감찰은 민정비서관실이 아니라 반부패비서관실 임무여서, 당시 백 전 비서관 쪽의 감찰활동이 직제에도 없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백 전 비서관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두면서 경찰을 움직이자,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그 결과 송 시장은 선거에서 52.9%를 득표해 김 전 시장(40.1%)을 제치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무혐의 판단을 내리면서 '불기소 결정문'을 이례적으로 99페이지나 작성해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기록해 뒀다.

    文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송철호 당선"

    문 대통령은 2014년 보궐선거 당시 송 후보의 토크콘서트에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며 “(부산에서 세 번 낙선한) 바보 노무현보다 더한 바보 송철호”라고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송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다. 송 시장은 4년 뒤 8전9기의 신화를 쓰며 시장에 당선되면서 이때 겪은 아픈 기억은 씻어낼 수 있었다.

    송 시장은 부산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이후 1987년 울산으로 옮겨 노동자대투쟁 과정에서 노동인권 변호에 앞장섰다. 이 일로 당시 송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함께 부산·울산·경남의 인권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다.

    청와대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조 전 수석을 내정한 지난 8월, 그 곁에는 송 시장의 사위가 있었다. 검사인 그는 지난해 2월 법무부에 파견됐고, 조 전 수석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들어간 뒤 조 전 수석의 ‘신상’을 담당했다. 조 전 수석의 가족관계부터 개인사 등 세세하고 내밀한 정보를 관리하고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하명수사 논란에 대해 첩보 이첩은 정상적인 활동이었고, 최초 제보도 익명의 편지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하다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은 다르게 본다. 

    김 전 수사관은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지난해 특감반에서 조국 수석, 황운하 청장이 등장하는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수사 동향 보고서를 봤다"며 "이인걸 반장이 당황해하면서 문서를 홱 잡아채 가더라. 그래서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와 수사가 청와대에서 시작됐구나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파트너' 박형철 사의 표명

    아울러 백 전 비서관의 첩보 전달 사실을 검찰에 폭로한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사의를 표했다. 김 전 수사관과 비슷한 내부고발자 역할을 자임하다 사실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난 셈이다. 박 비서관은 이른바 '3인 회의(조국 전 수석, 백 전 민정비서관, 박 비서관)'에서 "(유 전 부시장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표를 받는 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 백 전 비서관 주장에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인 박 비서관은 민정수석실의 유일한 ‘원년 멤버’였다. 윤석열 검찰총장과는 2012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사건 특별수사팀에서 각각 팀장, 부팀장을 맡았을 정도로 가깝다. 두 사람은 당시 함께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 소신을 굽히지 않다 좌천됐다.

    野 "문 대통령도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이번 부정선거 건도 그렇고, 조국·유재수·황운하 등과 관련해서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자신에게 불리하면 입을 굳게 닫고 '드릴 말씀 없다'고 얘기하는 대통령 모습, 참으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조국 수석과 백원우 비서관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실세였던 최측근이었다. 만약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측근의 권력형 비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치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비극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