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칼럼] 맹추위 속 길바닥 단식 7일째…'황제단식' 조롱하며 천막까지 철거하라니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 농성장에서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 농성장에서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제1야당의 대표가 곡기를 끊고 단식 중이다. 영하의 추위가 엄습하는 길바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처럼 집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하는 단식이 아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소금기까지 끊었다고 한다. 우리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을,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9단이 아니라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정치초단이 결행하고 있는 것이다.

    소금기까지 끊은 단식 두고, 요설에 훈수

    황교안 대표의 단식을 두고 이 정권의 권력자들과 그에 빌붙어 영달을 누리려는 무리들은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댄다. 소위 정치9단이라는 작자들도 요설을 곁들여 훈수 아닌 훈수를 해대고 있다. 굶을 테면 굶어봐라, 그런다고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안 ‧ 공수처법안이 폐기될 일 없다면서 정치초단의 죽음을 각오한 결단이 마치 가십(gossip)거리인 양 비아냥거린다. 

    정치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사술(詐術)과 마키아벨리적 정치공작에 능숙한 그들의 눈에 황 대표의 단식이 어떻게 비치는지 나는 관심조차 없지만, 나는 요설을 늘어놓고 사술을 부리는 자들의 비인간적 무도함에 분노를 느낀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마저 상실한 작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시정잡배 수준의 참을 수 없는 그 천박함이 부끄럽다. 

    군사정권 때도 목숨 건 사람 비아냥거리지 않아

    그동안 정치지도자가 단식을 결행했을 때 그 상대방이 설령 뜻이 자신과 다를지라도 당사자의 건강을 염려하지는 못할지언정 곡기를 끊고 목숨을 건 사람을 비아냥거리지는 않았다. 심지어 군사정권하에서도 그랬다. 그게 시쳇말로 인두겁을 쓴 자의 최소한의 도리이다. 

    신선한 정치초단은 비록 닳고 닳은 정치9단이 가지고 있는 노회함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진정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을 연단하고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한 번 한 말은 천금으로 여기는 정치초단이 국민들에게 더 요긴하지 않을까? 

    영하 날씨의 노상 단식 두고 '황제단식' 비아냥까지

    황 대표가 단식을 결행했을 때 나는 걱정스러웠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구꼴통 좌파들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그의 진심에 가해질 비아냥거림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나쁜 예감은 잘 빗나가지 않는다던데, 세상은 역시 그랬다. 

    영하의 날씨에 길바닥에서 결행하는 단식을 ‘황제단식’이네 어쩌네 하며 떠드는 자들이 등장했다. 자칭 정치9단입네 하는 작자들은 대놓고 이죽대고, 정권에 장악된 언론환경에서 황 대표의 단식 뉴스는 반대편의 주장과 논리에 의해 계속 공격을 당했다. 단식 6일째가 되어서야 억지춘향격으로 총리와 여당 대표가 못 볼 걸 본 듯이 휙하고 다녀간 게 고작이다. 


  •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 ⓒ뉴데일리DB
    ▲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 ⓒ뉴데일리DB
    그러더니 단식 6일째가 되는 날 청와대는 황 대표의 임시 천막을 철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처음부터 청와대가 천막 치는 걸 방해했고 그런 상황에서 부득이 비닐로 바람을 막고 영하의 추운 날씨를 견뎌오다가 칼바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작은 천막을 임시로 친 것인데, 이것마저도 철거하란다. 관광공사 직원이 방문해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설명하고 철거를 요청했다는데,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을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과거 엄혹했던 군사독재정권하에서도 없었던 일을 이 정권은 서슴없이 행한다. 참 무서운 정권이다. 아니,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정권이다. 

    이런 현실이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지만, 그럴수록 분노와 결의는 더 높아진다. 음모와 술수에 능한 정치9단 특유의 흉계로써 저들이 선거법안과 공수처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국민들은 '정치초단' 황 대표의 진정성 평가할 것 

    그러나 장담하건대, 우리 국민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이 정권이 우리 국민들을 바보로 취급하여 민의를 짓밟고 조국 같은 범죄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려 하다가 호된 대가를 치렀던 때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이 정권은 국민들의 경고를 외면한 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당리당략에만 매어달리고 있다. 

    나는 이 사태를 냉정하게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이 정치초단 황교안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반드시 평가할 것으로 믿는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德不孤必有隣). 비록 오늘은 차가운 길 위에 누워 있지만, 이 길은 새 봄을 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17·18·19대 국회의원, 전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