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의붓아들 살해 등 두 사건 병합돼 재판 진행 중… "간접증거 무게감, 고유정 태도 변수"
  •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 ⓒ뉴시스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 ⓒ뉴시스
    "검사님 무서워서 진술을 더 못하겠습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 발언이 연일 도마에 오른다. 고유정이 선고를 미루고 형량을 낮추기 위해 '시간끌기 전략'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유정 사건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잔혹하게 사체를 훼손·유기했다'는 이유로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고유정 태도도 한몫했다.

    현재 고유정 재판은 전 남편·의붓아들 살해 등 두 사건이 병합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의붓아들 살해 사건의 경우 '정황증거'만 나오는 등 '직접증거'가 나오지 않는 점이 재판 진행 과정에 있어 난제로 꼽힌다. 법조계에서 '굉장히 어려운 재판'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내년 초 1심 선고를 앞둔 만큼, 고유정 형량에 영향을 미칠 변수와 쟁점이 무엇인지 법조계 의견을 들어봤다.

    고유정에 대한 재판은 현재 제주지법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인 사건과 관련해 살인(형법250조), 사체손괴·은닉(동법161조) 등 혐의로 6월4일 구속됐다. 첫 재판은 8월12일 시작됐다.

    "찌른 건 맞지만 살인 고의는 없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

    범행은 5월25일 저녁 8시께 제주시 조천읍 한 무인 키즈 펜션에서 이뤄졌다. 고유정은 전 남편에게 졸피뎀 성분이 희석된 카레를 먹인 뒤 몸을 가누지 못하자 식도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고유정은 전 남편 시체를 두 차례에 걸쳐 훼손해 유기했다.

    고유정은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7일 추가 기소됐다. 3월2일 새벽4시~6시 사이 다섯 살 의붓아들을 10분간 강하게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현 남편 홍모씨는 재판부에 수차례 탄원서를 냈다. '고유정을 엄벌해달라'는 이유에서다.

    두 사건은 "공판 준비를 마치지 못했다"는 고유정 측 변호인의 의견에 따라 병합됐다. 결심공판은 12월 2일로 미뤄졌고, 내년 법원 정기인사(2월) 전 재판부가 선고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고유정은 전 남편 살인 사건은 대체로 인정한다. 다만 '살인 범행'은 부인하고 있다. '칼로 전 남편을 찌른 사실은 맞지만, 정당방위 차원으로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법적으로 살인죄를 부인하는 셈이다. 여기에 의붓아들 살해 사건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증거는 △피해자 혈흔에서 발견된 졸피뎀 성분 △사체 유기 장면과 범행도구를 구입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범행도구 △범행도구를 검색한 인터넷 기록 등이다. 대부분 간접증거다. 

    법조계는 고유정 재판이 '굉장히 어려운 재판'이라고 보고 있다. 고유정의 태도, 확실한 직접증거 부재 등이 그 이유다. 물론 전 남편 살인 혐의는 '계획이냐 우발이냐'의 문제로, '살인 행위 자체는 인정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건은 '100%에 가까운 간접증거가 있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인다. 이런 연유로 △얼마나 중요한 간접증거가 나오는가 △재판에 임하는 고유정 태도에 변화가 있는가 등을 재판 변수로 꼽는다.

    "굉장히 어려운 재판"… "재판에 임하는 고유정 태도, 간접증거 변수"

    형법 교수인 김숙희 변호사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 있어 (범행이) 의심스러운 경우 '피고인의 이익'이라는 대전제가 우리 법에는 있다"고 전제하며 "유죄 확신은 직접증거가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간접증거만 있다면 90%이상 즉 100%에 가까울 정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에 속하는 정황증거만으로도 유죄가 나올 수 있다"며 "간접증거가 갖는 무게에 따라 유죄 가능성도 높아지는데, 가령 '혈흔이 묻은 칼'이 발견된다며 이는 중요한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자탕을 끓이기 위해 뼈 무게를 쟀다고 하는 등 현재 고유정이 재판에서 하는 말과 행동같이 믿을 수 없는 말로 거짓말을 하면 재판부에게서 신빙성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유정 재판 변수로 중요한 간접증거 발견, 고유정 발언 등이라는 의미다. 가령 칼로 생명에 중요한 부위를 찔렀다면, 이는 '중요한 간접증거'가 된다.

    강문혁 변호사는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살인혐의를 다투면서 상해치사를 주장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면서도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과학적 증거들이 많이 확보돼 유죄입증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살인사건 중 치열한 법리 공방이 있던 사건이 '만삭 아내를 살인한 의사 남편' 사건"이라며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가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으나, 시신에 남아이는 흔적과 피해자의 부검결과, 남편의 당일 행적 등을 분석해서 간접증거만으로 무기징역이라는 유죄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기소된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궤를 같이 하는 사건과 궤를 같이 하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황증거만 있다고 해서 재판부의 유죄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중요하고 상당히 많은 정황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법원의 양형기준 역시 문제로 떠오른다. 현행법상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선고할 수 있는 형의 종류에는 사형도 포함돼 있다.(형법41조) 그러나 법원 양형기준에는 무기징역까지만 적시돼 있다. 현행 법원 양형기준은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최초 양형기준은 2009년에 마련됐고, 2013년 그 내용이 다소 수정된 것이 마지막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사형제가 폐지된 나라는 아니고, 법정형에도 사형이 규정돼 있는데, 현행 법원 양형기준에는 사형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