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 있는 법"… '文 초청 거부' 공개적으로 밝혀
  •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부산에서 현장국무회의를 하면서도 김정은이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부산에서 현장국무회의를 하면서도 김정은이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친서를 보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발표했다. 북한은 이날 문 대통령의 초청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조선중앙통신 “文대통령, 친서 보낸 뒤에도 수차례 와달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글에서 “지난 11월5일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김정은에 대한 진심어린 신뢰와 극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고 표현했다.

    통신은 이어 “문 대통령의 친서가 (평양에)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김정은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보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왔다”면서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와 여건을 만들어보려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신은 “남조선 당국은 아직도 남북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김연철 통일부장관의 미국 방문을 비난하며 문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여전히 대화하는 듯 냄새나 피우고"

    통신은 “무슨 일에나 다 제 시간과 장소가 있으며, 들 데와 날 데가 따로 있는 법”이라며 “과연 지금 시점이 남북 정상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현재 남한 정서가 깨끗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내 우파진영이 문재인 정부를 친북·좌파정권이라고 비난하고,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요구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 간의 만남. 이날 주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 간의 만남. 이날 주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면서 통신은 “남북 사이의 근본문제,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남북 정상들 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저들(남한 여당)이 주도한 ‘신남방정책’ 귀퉁이에 남북관계를 슬쩍 끼워 넣어 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통신은 이어 “아이들이라면 철이 없어 소 뿔 위에 달걀 낳을 궁리를 했다고 하겠지만, 남한사회를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물 위에 그림 그릴 생각만 하고 있으니 남북관계가 어떻게 개선되고 화해와 협력의 꽃은 언제 다시 피어나겠느냐”며 “다시 말하지만 무슨 일이 잘되려면 때와 장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충고했다.

    그리고는 “남측(대통령)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김정은 위원장께서 부산에 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것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靑·통일부, 김정은에 친서 보냈다는 사실 안 밝혀

    한편 이날 북한 매체의 발표에 놀란 것은 국내 언론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김정은 위원장을 2019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대화의 맥이 끊기면서 이후로는 북한에 친서를 보냈다거나 김정은을 초청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나 통일부 출입기자들의 질문에도 “진행되는 것은 없다”고만 답했다. 국내 언론은 정부 관계자의 말만 믿다 북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청와대와 평양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셈이다.
  • ▲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사랑채 앞 거리에 설치한 조형물. 당시 언론들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점쳤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12월 청와대가 사랑채 앞 거리에 설치한 조형물. 당시 언론들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점쳤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