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델타포스 등, 시리아 북서부서 급습…트럼프 “기밀유출 우려로 하원의장에 안 알려”
  • ▲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에 쫓기자 자녀들과 자폭한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테러조직 ISIS의 수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군 특수부대의 급습에 쫓기자 자녀들과 자폭한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테러조직 ISIS의 수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테러조직 ISIS(자칭 이슬람 국가)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이하 알 바그다디)가 사망했다. ISIS는 2014년 6월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수천여 명의 양민을 학살하고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선동했던 조직이다.

    트럼프 “알 바그다디 사망, 세상은 보다 안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오전 9시 10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지난 밤 미국은 세계 최악의 테러리스트에게 정의를 집행했다”며 알 바그다디의 사망을 알렸다. 그는 “이로써 세상은 보다 안전해졌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여러 해 동안 알 바그다디를 추적해 왔고, 내가 집권한 뒤부터는 시체로든 산 채로든 그를 잡는 것을 국가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면서 “미군 특수부대는 지난 밤 시리아 북서부에서 대단히 위험한 작전을 펼쳐 임무를 성공시켰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미군 특수부대는 알 바그다디와 그의 부하들이 숨은 땅굴로 진입했다. 처음에 발견한 11명의 어린이는 무사히 구출했다. 미군 특수부대가 알 바그다디의 부하들을 소탕하면서 깊숙이 들어가자 알 바그다디는 자신의 세 자녀와 함께 땅굴 안쪽으로 도망쳤다.

    그는 “알 바그다디는 미군 특수부대에 쫓겨 땅굴의 막다른 길까지 몰렸다”며 “그는 죽기 전 훌쩍거리다 나중에는 울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녀들과 함께 자폭했다. 그는 개처럼, 겁쟁이처럼 죽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의 몸은 터져버렸지만, 우리는 그의 시신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작전에서 미군 사상자는 없었던 반면 엄청난 수의 알 바그다디의 조직원은 사살 당했다”며 “다만 군견 한 마리가 알 바그다디가 숨어 있던 땅굴로 돌진했다가 죽었다”고 설명했다.
  • ▲ 백악관에서 중대성명을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 백악관에서 중대성명을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알 바그다디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자평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조직 ISIS에 납치돼 숨진 미국인들과 산채로 화형에 처해졌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의 이름과 ISIS가 이라크, 시리아에서 야디지족을 학살한 일, 이들의 추종세력이 리비아와 이라크에서 기독교인들을 공개처형한 일 등을 언급하며 “ISIS는 역사상 가장 타락한 조직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美델타포스·레인저, 알 바그다디 제거 작전 투입

    그러면서 “이번 작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러시아와 터키, 시리아 민병대와 이라크에 감사를 드린다”며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을 확실히 지원해 준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SDF, 시리아 자유군을 의미)에게는 특별히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2시간 정도 소요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상황실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을 지켜봤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이번 작전을 수행한 특수부대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예하 미육군 특전단 D분견대(일명 델타포스)와 미육군 제75레인저 연대 특수수색중대였다. 알 바그다디의 아지트를 급습하는 데는 특수전 헬기 9대와 병력 50~70명이 동원됐다. ISIS 조직원들은 대공사격을 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지만 모두 진압됐다. 알 바그다디가 숨어 있던 땅굴 입구에는 부비트랩도 설치돼 있었지만 군견 한 마리만 죽었다.

    트럼프 “작전 기밀 유지 위해 하원의장에게도 안 알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러시아와 터키 등에 전화를 해 ‘시리아 영공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에는 이번 작전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 ▲ 미육군 제75레인저 연대 부대원들의 훈련 모습. 레인저 연대 가운데 특수수색중대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예하다. ⓒ美국방부 제공.
    ▲ 미육군 제75레인저 연대 부대원들의 훈련 모습. 레인저 연대 가운데 특수수색중대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예하다. ⓒ美국방부 제공.
    그러나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물론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알 바그다디의 사망으로 세계 테러조직들이 뭔가를 배우기를 바란다”거나 “이번 작전을 수행한 미군에게는 갈채를, 알 바그다디의 죽음에는 박수를 보낸다”는 평을 내놨다. 폭스 뉴스는 “CNN도 이번 작전에 박수를 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포린 폴리시(FP)' 등은 일부 언론은 "알 바그다디가 사망했다고는 하나 ISIS는 미군이 철수한 틈을 타 시리아에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거나 몇몇 정치평론가는 "알 바그다디는 죽었지만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알 바그다디는 2014년 6월 이라크 모술에서 ‘이슬람 국가’ 수립을 선포한 뒤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에 거주하던 야디지족 등 소수민족을 학살하고, 세계 곳곳에서의 테러를 지시한 자다. 그가 이끌던 ISIS는 소수민족 학살 외에도 중동 지역에서의 납치와 살인, 강간, 절도, 유럽과 미국에서의 테러를 저질렀다.

    알 바그다디는 2004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결성한 ‘유일신과 성전’ 조직원으로 동참했다가 2006년 알 자르카위가 미군의 드론 암살로 사망한 뒤 조직을 이끌며 ISIS를 만들었다. 미국은 그에게 2500만 달러(한화 292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