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이 용역보고서 작성하고 셀프 심사…"유공자 발굴, 北과 상의하라" 황당 권고도
  • ▲ 국가보훈처. ⓒ뉴데일리DB
    ▲ 국가보훈처. ⓒ뉴데일리DB
    국가보훈처가 사회주의 활동 전력자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발주한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특히 보훈처 산하 혁신위원회는 독립유공자를 발굴할 때 “북한과 상의하라”고 보훈처 측에 수차례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용역보고서 작성에 공적심사위원회 위원이 직접 관여했으며, 이후 완화된 심사 기준의 첫 수혜자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부친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적심사위원회는 보훈처 산하 기관으로,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자의 공적조서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포상 여부를 심사하는 기구다.

    10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훈처는 2017년 7월17일 3000여 만원을 투입해  '독립유공자의 포상 범위 및 기준 개선 방안' 용역보고서를 발주했다. 이 사업에는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 권한을 가진 공적심사위원회 위원도 참여했다. 

    심사위원이 직접 용역보고서 작성…"셀프 용역, 셀프 심의"

    이 용역보고서에는 ▲옥고 수형 기준 완화 ▲학생·여성 포상 확대 ▲광복 후 사회주의 참여자 중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지 않을 경우 포상 확대 등의 방안이 담겼다. 

    이 보고서를 근거로 보훈처는 2018년 4월 사회주의 경력자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고, 같은해 8월15일 광복절 포상 심사부터 완화한 기준을 적용했다.

    완화한 기준을 적용한 첫 수혜자는 손 의원 부친 손용우 씨다. 손씨는 독립유공자 심의에서 과거 조선공산당과 남로당 활동 전력 때문에 여섯 번 탈락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일곱 번째 신청에서 독립유공자에 선정돼 2018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다.

    정 의원은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최소 2명의 위원이 보고서 용역 수행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훈 심사자가 의도한 대로 셀프 용역 수행을 통해 심사 기준 개선 근거자료로 활용하고, 개정 지침을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셀프로 심사 의결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보훈처 혁신위 ‘유공자 발굴 남북 공동 추진’ 권고

    이런 가운데 보훈처 주요 정책을 주도하는 혁신위는 토론회에서 유공자 발굴을 북한과 상의해야 한다고 보훈처에 권고했다. 보훈처는 혁신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약산 김원봉을 비롯한 사회주의 전력 인사들의 서훈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서훈 추진을 철회했다.

    10일 자유한국당 김성원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열린 혁신위 회의에서 "보훈처 차원의 남북대화로 누구를 기릴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10월 회의에 참석한 혁신위원들은 보훈처에 '유공자 발굴 남북 공동 추진'을 권고했다. 이어 11월에 개최된 회의에서는 '정부가 유공자 포상을 늘리라는데 사회주의 계열에 포상 문을 열면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훈처가) 김원봉에 대한 서훈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요즘 잠잠해졌다"며 "(김원봉은) 김일성에 의해 숙청됐고 북에서는 종파분자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북한을 향한 눈물겨운 짝사랑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보훈처 혁신위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2018년 5월 출범해 위원장 1명과 12명의 민간 전문가를 위원으로 구성했다. 혁신위원은 지은희 정의기억재단 이사장, 김양래 5·18기념재단 이사 등 대부분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인사들이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