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며 '지방대 위기' 현실화… "정원 감축은 자율" 정부 방침에 상황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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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뉴데일리DB
    재정난과 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대학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 특히 지방대를 중심으로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지방대 고사'가 현실화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교육계에서는 '벚꽃 피는 순으로 대학이 망한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지방대 몰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30일 교육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입가능자원’과 ‘대입정원’이 역전된다. 2020년 대입가능자원은 올해보다 4만6000여 명 줄어든 47만9376명으로, 대입정원인 49만7218명(2018년 기준)보다 1만7800여 명 적다. 현재 대입정원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24년엔 대입가능자원이 37만3470명으로 줄면서 올해보다 12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학생이 없어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폐교 속출… 교육부 "2021년까지 38개 폐교"

    입학자원 감소와 함께 대학 등록금도 11년째 동결되면서 대학 재정은 바닥났다. 대학 관계자들은 “재정적 어려움이 심화하면서 교육여건이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은 결국 ‘폐교’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실제로 2012년부터 폐교한 사립대는 12곳으로, 지난해에만 4개 대(대구미래대·대구외대·서남대·한중대)가 문을 닫았다. 교육부는 학생 미충원으로 2021년까지 최대 38개 대학이 폐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학생수 감소와 재정난 심화 등 이중고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다. 지방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 가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수도권에서 먼 지방대학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란 말이다.

    호남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대입정원보다 수험생이 적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탄했다.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3∼18년 서울 시내 대학 정원은 3.5% 감소(9만771명→8만7572명)하고, 서울 외 수도권지역 대학 정원은 9.9% 감소(11만1386명→10만368명)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수도권 이외 지역 대학 정원은 13.6%나 감소(34만3715명→29만6835명)해, 지방대의 정원 감소폭이 서울과 수도권 대학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학들의 '줄폐교' 위기에도 교육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는 교육부가 개선책 없이 '대학 자율'을 강조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고 지방대 위기를 방치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대학혁신지원방안’과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 주도의 대학 입학정원 감축보다 인구감소가 빨라 정원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대입 정원 감축을 위해 모든 대학을 한꺼번에 평가했던 기존 방침을 포기하고, 대학이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자율성' 내세우며 지방대 죽이기 정책 펴는 교육부

    하지만 교육당국이 대학 구조개혁 방향을 달리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지방대학을 더욱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표면상으로는 자율을 내세우지만, 진단지표 가운데 ‘충원율’ 비중이 확대돼 사실상 지방대 죽이기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려면 교육부 진단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충원율을 더 높이려면 정원을 줄여야 한다. 즉, 정원 감축으로 정부 지원을 받든지 자율 혁신으로 정원을 채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계는 “충원율 경쟁에서 수도권 대학보다 불리한 지방대들이 대대적인 정원감축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진로·입시전문가 A씨는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가 심한 우리 사회를 감안하면, 지방대가 우수 신입생을 유치해 수도권 대학을 이기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정원감축은 지방대학에 집중돼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대학이 사라진다면 지역 불균형도 초래해 지역균형발전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육연구소는 “3주기를 거치며 서울지역 대학은 지금과 같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게 되고, 지방대학은 대학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로 갈 것”이라며 “지방대가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인식된다면 학생 선택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어 폐교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이 알아서 정원을 줄이라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제대로 된 고등교육 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