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드러나자 '집회'로 檢 압박… 대통령은 "검찰권 절제" 요구… 조국은 '가장' 내세워 법 무시
  • ▲ 조국(54)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조국(54)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웨스트 윙(The West Wing)'을 보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역동적인 리더십을 부러워하고 있다"며 참여정부의 대통령이 추천했던 드라마. 얼마나 부러웠으면 청와대에서 시사회를 열기까지 했을까.

    1999~2006년 일곱 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방영된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은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한, 민주당 지지자들을 위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드라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이후 오프닝을 패러디하거나 출연자들을 동원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홍보전략으로 이 드라마를 적극 활용했다.

    2017년 청와대 입성을 꿈꾸던 文도 연설 도중 이 드라마를 언급했다. "웨스트 윙을 보면 대통령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면서도 복도에서 비서들을 만나 농담도 나누고, 비서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깜짝 회의하는 모습이 나온다"며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거짓 약속을 했다.

    드라마 '웨스트 윙'과 오바마 정부 흉내내던 文

    미투사건으로 파국을 맞은 전 충남지사도 "웨스트 윙이 부러웠다.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거들었다. 이후 금방이라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처럼 ‘웨스트 윙’을 인용한 기사와 칼럼들이 홍수를 이루었다. 좌파네, 진보네 하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유토피아가 바로 이 드라마인 셈이다.

    청와대에 기어이 들어간 文은 '웨스트 윙'이 실현된 것처럼 보였던 오바마 정부를 흉내내기에 바빴다. 양복 상의를 팔에 감아 들거나 어깨에 맨 채 와이셔츠 바람으로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든 보좌진과 산책하는 모습, 정전기 오른 핑크빛 원피스로 몸이 휘감긴 부인의 배웅을 받으며 집무실로 걸어서 출근하는 장면, 구내 직원식당에서 식판에 직접 밥을 담아 먹는 별별 사진들을 도배하며 '한국판 웨스트 윙 시대 열리나'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들이 현실정치에서 따라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을까.

    하물며 드라마 속 대통령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고 그를 보좌하는 참모들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재원들이다. 그들은 공화당과 정쟁은 할지언정 자유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근간을 흔들 일은 하지 않는다. 국익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인선을 할 때도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인재를 우선하되 청문회의 맹렬한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격을 중시한다. 정권을 위태롭게 할 스캔들이 터지거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한 경력이 있다면 아쉬워도 배제한다.

    시즌1~9편에서 그들은 훌륭한 자질을 가졌다고 판단한 해리슨 판사를 새로운 대법원장으로 지명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가 젊은 시절, 익명으로 쓴 수상한 에세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간섭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 있노라, 해리슨이 인정하자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고민한다.

    "현재 쉰다섯 살의 남자에게 스물여섯 살에 쓴 글을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트집 잡을 거라곤 30년 전 글이 전부예요. 우리 말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한 참모가 의견을 내자 대통령이 묻는다. "우리에게 제보한 사람이 상원에는 연락 안 할 것 같나?" 또 다른 보좌관도 "과거 30년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20년의 문제"라며 반대한다. 그리고 못을 박는다. "자유를 찾아 탄생한 국가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 있나요?"

    '대한민국 전복' 주장했던 법무부장관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산하 조직에서 활동한 적 있는 현직 법무부장관은 무장봉기로라도 대한민국을 전복,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두 편의 논문을 가명으로 발표한 적 있다. 그 때문에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때의 사상을 지금도 버리지 않았다는 듯 전향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부끄럽지 않다"고 했으며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분명히 자신의 이념을 피력했다. "사회주의적 정책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이것이 만약 '웨스트 윙'의 한 에피소드라면, 저들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대한민국은 사회주의·공산주의·전체주의와의 전쟁 속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탄생한 나라다. 불법 재산 축적 혐의와 자녀 입학비리 의혹 등에 국민의 모든 관심이 쏠려 있지만,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현직 법무부장관이 사회주의자라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도 우리 사회가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과거와 그의 불온한 사상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임명권자가 그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하고 임명을 강행했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를 향해 달려가는 사회주의에서 개인은 공동체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희생시켜야 할 수단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와 재산은 인정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악’이라고 선전하며 빼앗은 개인의 재산은 고스란히 그들만의 재산이 된다. “나는 사회주의자인 동시에 자유주의자”라는 말은 ‘당신들의 재산과 자유를 빼앗아 나는 더 많은 부와 권력을 누리겠다’는 선언임을 알아야 한다.

    자택 수색 검사와 전화하곤 "그 정도 부탁은..."

    최근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와 의혹은 억울한 누명으로 치부한 채 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가는 어깨 축 늘어진 아버지의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 압수수색을 나온 현장 검사에게 전화해서 "장관입니다. 신속히 하세요"라고 수차례 압박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그것이 사회주의자 법무부장관의 본래 모습이다.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 또한 그가 얼마나 자신과 자기 가족만을 소중히 여기며 법 위에 오만하게 앉아 있는지를 증명해준다.

    보좌관들이 근무하는 백악관 서쪽 별관을 뜻하는 ‘웨스트 윙’이 아니라 좌파적 나르시시즘으로 범벅된 '레프트 윙'이라고 비판을 하면서도 우파 성향의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드라마가 좌파 세계관을 충실하게 지향하는 것은 분명하다. 1~9편의 에피소드 역시 자유지상주의를 교묘하게 앞세워 공화당 출신이었던 우파 성향의 해리슨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것을 정의롭게 포장한다. 대신 동성결혼을 허용했고 언론의 자유를 무제한 허락하는 히스페닉계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굉장한 인격자처럼 보이도록 설정된 새로운 대법관 후보자의 모습과 그를 지명하는 대통령의 근사한 대사, 그들의 결정을 찬성하는 백악관 직원들의 환호와 박수가 꽤 감동적으로 연출된 것은 물론이다.

    온갖 비리와 의혹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데도 집권당과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나도 조국이다’라는 표어를 앞세워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사회주의자 법무장관을 임명한 文 또한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검찰에 대한 노골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에게 사실과 정직은 중요하지 않다.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분노 또한 알 바 아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편이라면 어떤 짓을 해도 옳다. 내 사람이라면 무슨 짓을 하든 지켜내야 할 뿐이다.

    국민들에 귀닫은 그들... '웨스트 윙' 얘기할 수 있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저들이 설득하고 타협하고 눈치 봐야 할 대상이 없다. 그들과 맞서는 무서운 야당도 없고 끈질기게 거짓을 물고 늘어지는 사나운 언론도 없다. 깨어 있는 국민이 아무리 반대를 해도 그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너무 부러워서 드라마 같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던 사람들, 아무리 좌파적 이상을 담은 드라마라 해도 대체 이 나라 어느 부분이, 그들 중 누가 '웨스트 윙'다운 것이냐 묻고 싶다. 화장실 가다가 복도에서 만난 직원들과 농담은 하고 있는지, 청와대 직원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깜짝 회의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가 김규나(장편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