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 울티바 베스의 '덫의 도시' 공연 장면.ⓒ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 '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 울티바 베스의 '덫의 도시' 공연 장면.ⓒ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폭염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귓가에 살랑거리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다.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 속에 문화를 즐기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오는 10월에는 민속놀이부터 무용, 연극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축제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펼쳐진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문화가 숨 쉬는 현장으로 떠나보자.

    ◇ "우리는 폭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2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 2019)가 10월 2~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CKL스테이지, 한국문화의집(KOUS),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열린다.

    올해 시댄스에서는 '폭력(Violence)'을 주제로 벨기에·덴마크·캐나다·이탈리아·스페인·영국·스웨덴·노르웨이·일본·한국 등 유럽·아프리카·미주·아시아 18개국 58개 단체·개인의 50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섹슈얼리티, 젠더, 고정관념(스테레오타입), 이데올로기, 인종차별, 관계, 흑백논리를 키워드로 폭력의 다양한 종류와 측면을 다룬 10개 팀의 작품을 모은 '폭력 특집(Focus Violence)'을 통해 다시 한 번 사회적 이슈에 질문을 던진다.

    프로그램은 △마리 슈이나르 무용단을 비롯해 해외 유수 무용단을 소개하는 해외초청 14개 △한국 전통무용의 세계화를 촉진하고자 창설된 전통춤 플랫폼 등이 있는 국내초청 6개 △'투위민머신쇼', '창신동' 등 협력합작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현대인은 그 유형과 범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폭력은 우리의 일상으로 침투한지 오래"라며 "최근 '갑질'과 '미투'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로, 보이지 않는 폭력이 주위에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난민'에 이어 당분간은 시대적 당위성이 있는 문제를 계속 짚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개막작은 벨기에 인베이전(Flemish Wave)의 대표주자 빔 반데케이부스의 울티마 베스가 2018년 초연한 '덫의 도시'다. 폭력에 관한 무용판 종합보고서로, 태고부터 시작된 인간의 갈등과 불가해한 재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주목할 만한 해외초청으로는 캐나다의 테르프시코레(무용의 여신)로 불리는 안무가 마리 슈이나르의  '앙리 미쇼 : 무브먼트'와 '쇼팽 24개의 전주곡'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2006년 LG아트센터에서 소개된 이후 13년 만이다. 슈이나르는 캐나다 몬트리올 공연예술 비엔날레 시나르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 ▲ 전국팔도춤 쇼케이스 장면.ⓒ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전국팔도춤 쇼케이스 장면.ⓒ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 전통, 공존의 미학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정성숙)과 한국민속예술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와 '제26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놀이마당에서 개최된다.

    1958년 서울 대한민국 수립 10주년 기념행사로 출발한 '한국민속예술축제'는 전국에 전래돼 온 민속예술을 발굴하며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형질을 지키는데 앞장서 왔다. 1994년부터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민속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전승을 위해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를 병행하고 있다.

    그 결과 700여 종목의 민속예술이 발굴·재현됐으며 그 중 고성오광대놀이·남사당풍물놀이 등 37종목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동래학춤·멸치후리는 노래 등 101종목은 시·도무형문화재, 줄다리기·해녀놀이 등 12종목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60주년을 맞아 1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해 역대 국무총리상 이상을 수상한 단체들의 왕중왕전으로 치러진다. 전국 16개 시·도 및 이북 5도에서 선발된 21개 단체 1700여 명이 참여해 옛 삶의 원형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농악·탈춤·민속놀이·농요로 나뉜 체험장에서는 농악 고깔 만들기, 고성오광대 탈 만들기, 모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60년 역사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제작, 민속예술 전승자 채록, 10년사 백서 편찬까지 민속예술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업이 전개된다.

    김헌선 한국민속예술축제 전문위원은 "우리 것이 온전히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60주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열린 한 시상식에서 한복을 입고 펼친 춤도 전통에서 나왔다. 이처럼 전통의 기록과 전승을 넘어 더 멀리 도약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 ▲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카프카'ⓒ예술경영지원센터
    ▲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카프카'ⓒ예술경영지원센터
    ◇ 시대적 불안을 조명하다…'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세계적인 수준의 연극과 무용을 만날 수 있는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이하 SPAF·스파프)'가 10월 3일부터 20일까지 18일간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열린다.

    2001년 시작해 올해 19회째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독일·덴마크·러시아·벨기에·이스라엘·프랑스·핀란드 등 7개국의 해외초청작 6편, 불가리아와 프랑스·일본과의 협력 프로그램 3편, 국내작 10편 등 총 19개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축제는 '시대를 조명하다'라는 주제로 개막작인 '카프카'를 비롯해 고전을 재해석한 '낙타상자', 체로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잊혀진 땅' 등 과거·현재의 사건과 인물을 통해 동시대적인 이슈를 포착하고, 현대인이 함께 고민해봐야할 화두를 던진다. 

    벨기에 포인트제로의 '잊혀진 땅'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당시 체르노빌에 거주했던 지역민의 증언에서 받은 영감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졌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하고 취재해 사회적 문제의식을 되새긴다.

    이병훈 연극 프로그래머는 "예술제의 큰 주제는 '시대의 불안'이다. 외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사유와 감흥이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떤 불안을 안고 하루를 살고 있는지, 미래는 과연 어떤 희망을 주는지, 어쩌면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시대적인 질문을 생각하고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히라타 오리자가 한국·프랑스·일본의 창작진과 함께 만든 연극 '그 숲의 심연'이 축제의 끝을 알린다. 작품은 각기 다른 역사와 배경을 지닌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실험적 연출로 승화했다.

    SPAF 행사기간 동안에는 관객과의 대화, 마스터클래스, 스파프살롱 등의 부대행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2019 서울아트마켓'(PAMS)과 연계해 세계 공연예술 흐름과 정보를 공유하며, 공연예술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이자 유통지원을 하는 '스텝 바이 스파프'가 첫 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