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당구장-만화방 완화' 등 38건 규제 완화… 교육계 "개선 좋지만 비리 감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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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뉴데일리DB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해 규제 개선책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계는 일부 개선안이 사학비리 발생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체계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 상반기 규제 정부입증책임제를 운영한 결과, 38건의 교육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교육 유관단체와 시·도교육청, 대학 등에서 개선 건의를 받은 224건 중  26건과, 교육부 소관 행정규칙 규제 12건이다. 

    주요 개선 사례는 △대학원 원격수업 학점 이수 확대 △대학 일부 학과 해외 이전(캠퍼스) 및 해외 캠퍼스 학생 증원 허용 △대학 단일교지 인정 범위 확대 △대학교원 자격 인정 시 산업체 경력 인정요건 완화 △국립대학 처·실 설치·운영 자율화 △기준 초과 수익용 재산의 교육목적 활용 허용 △경영・금융・물류전문대학원 신설 기준 완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당구장·만화대여업 설치규제 완화 등이다.

    대학 해외 캠퍼스 설립 가능… ‘재산 빼돌리기’ 우려

    이 같은 개선안에 대해 교육계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내비쳤다.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일부 개선안이 사학비리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 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는 "교육부 발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부 정책 추진이 또 다른 사학비리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교육부의 사전적 대책 수립과 향후 적극적 관리감독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학비리 재연이 우려되는 개선안은 크게 두 가지다. 대학의 해외 캠퍼스 설립을 허용하는 안과, 학교법인의 기준 초과 수익용 기본재산을 교육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 그것이다.   

    기존에는 국내 대학들이 해외 캠퍼스를 세울 근거가 없어 해외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의 해외 캠퍼스 설립을 허용해 학과와 정원을 국내 캠퍼스와 관계없이 개설·증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의 해외 진출을 촉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신남방지역에 수출해 국익을 도모하고,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위기에 처한 국내 대학들에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제는 해외 캠퍼스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이다. 각 대학들이 어려운 국내 교육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캠퍼스 조성사업을 펼치면서 ‘재산 빼돌리기’와 같은 사학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사학개혁국본은 "교육부는 해외 캠퍼스 구축 재원에 국내 대학의 등록금 회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교비라 하더라도 비(非)등록금 회계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경우 해당 사업에 국내대학 교비에서 투여되는 거액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학생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대학들의 해외 진출 경쟁이 과열돼 교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그만큼 국내 학생들을 위한 교육투자가 줄어 피해를 볼 수 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대학들의 해외 진출 경쟁이 과열돼 많은 교비가 해외로 빠져나가면 상대적으로 국내 교육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국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기준 초과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용’…적극 감사 필요

    학교법인의 기준 초과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과 관련한 사안 역시 비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수익용 기본재산 기준액을 초과하는 재산의 경우 별도의 대체취득 계획 없이도 처분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 함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사학개혁국본은 "토지 등 자산을 매각하고 교비로 전출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 사학비리 유형들을 볼 때 회계조작으로 매각자산의 가격을 축소하고 차액을 뒤로 돌려받는 식의 비리, 매각 실대금 전액을 전출하지 않는 등의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서울권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규제를 완화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법령 개정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사학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진행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정확히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고등교육분야 규제 혁신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부-(전문)대교협 고등교육정책공동협의회(TF)’와 협력해 규제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천홍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규제 정부입증책임제를 통해 교육분야 개선 과제를 적극 발굴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며 “규제완화위원회가 제시한 개선 과제들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법령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