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전 공사, 타임지 인터뷰 "美, 얻은 것 없는 위험한 게임… 비핵화 성과 못내"
  • ▲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전략을 두고 “굉장히 위험한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태 전 공사는 또한 미북 비핵화 협상을 통해 북한은 얻은 것이 많은 반면 미국은 얻은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태 전 공사 인터뷰를 보도했다. 타임은 대만 타이페이에서 태 전 공사와 만났다. 타임은 태 전 공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를 기대하며 김정은 등 적대국 지도자들에 동조하며 협상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태 전 공사는 “제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북한과 굉장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세 번 만났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김정은은 꽤 많은 것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얻은 성과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앞세웠던 대북 군사조치를 무마했고, 추가 대북제재도 받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북한 내부적으로 절대적인 통치권을 얻었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아시아의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으로 날아갔다. 제 생각에 미국 역사상 작은 나라 지도자를 만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여행한 대통령은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영호 “당장은 북한 내부서 민주화 요구 없을 것”

    그는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라며 “김정은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고 단언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깨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두고는 “대화를 하는 동시에 도발을 하면서 그 패턴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건 북한의 오랜 협상전술”이라며 “김정은은 (미국과 협상에서) 상황을 통제하기를 바라지, 통제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에서 ‘내부로부터의 민주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은 현재 북한 지도부 내에서 유일한 30대로 주변 인물들은 60대 후반 또는 70대 심지어 80대로, 무자비한 2세대가 권력을 쥐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들은 그들에게 저항하면 진압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북한사회의 뼈는 사회주의 구조지만 살은 이미 자본주의로 변했다”며, 미래에는 북한 내부로부터의 민주화 요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에서 장마당이 매년 증가하고, 젊은이들은 미국이나 한국의 영화·드라마에 관심이 높으며, 그 결과 북한 연인들 사이에서도 ‘동지’보다 ‘오빠’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며 “북한 김씨 왕조가 이런 흐름(자본주의적 변화)을 저지하고 싶어도 미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