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동원해 광화문 천막 행정집행" 소문… 구청 직원 나와 ‘철거 권고’만 하고 가
  • ▲ 지난 17일 종로구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동아면세점 앞에 천막을 친 우파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천막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대동한 직원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이라는 의혹이 제기 됐었다.ⓒ정상윤 기자
    ▲ 지난 17일 종로구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동아면세점 앞에 천막을 친 우파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천막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대동한 직원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이라는 의혹이 제기 됐었다.ⓒ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용역업체를 고용해 보수 우파단체 연합이 세운 집회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려한다는 제보가 지난 17일 오후 본지에 들어왔다. 시는 지난 6월 사설 용역업체를 고용해 우리공화당의 집회천막을 강제로 철거한 전력이 있다. 당시 시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은 우리공화당의 당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본지는 서울시가 또 다시 용역업체를 고용했는지, 이들이 폭력을 행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날 서울시 종로구 동아면세점 앞 현장을 찾아갔다.  

    용역직원 아닌 노점단속반 공무원들

    이날은 지난 6월 우리공화당 광화문 천막 행정대집행 때와는 다르게 시청 공무원이 아닌 종로구 건설관리과 관계자가 현장에 나타났다. 

    종로구 건설관리과 A 팀장은 우파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집회천막을 자진철거 하라고 권고했다. 만약 따르지 않을 시에는 행정대집행에 들어갈 것이라며 계고서를 건네기도 했다. 이때 A 팀장의 뒤로는 ‘공무집행’이라는 조끼를 입은 20~30여명의 남성들이 빽빽하게 서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들에 대해 물어보자 A 팀장은 “용역업체 직원이 아니라 우리 과의 노점단속반 공무원들”이라고 밝혔다. 건설관리과 B 주무관 역시 “노점단속반 공무원들이다”며 “우리 구는 집회 천막을 철거에 용역직원들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공화당 때와는 여러 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1000여 명의 용역 직원들을 고용해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날은 인원도 20~30명으로 현저하게 적었고 강제로 철거하는 무력행사도 벌어지지 않았다. 구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철거 권고’만을 한 채 물러났다.

    ‘불법설치 천막가설물’로 규정

    구는 우파 시민단체의 집회천막을 ‘불법설치 천막가설물’로 규정하고 자진철거 명령을 내렸다. 우파 시민단체 ‘국민의 소리’와 ‘일파만파 애국자총연합’ 등 30여개 우파 시민단체 모임이 세운 천막이 도로법 제61조(도로의 점용허가)와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또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고도 덧붙였다.

    이어서 천막 철거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종로구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집회에서 피켓이나 확성기 등의 소도구는 사용이 허가되지만 천막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지 않고 있다”며 “천막을 이용한 도로점유는 해당 구청에 도로사용허가(인도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천막을 치고 있는 분들은 도로사용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애초에 그 대상도 아니다”라며 “도로사용허가는 공사가 있을 때 인도에 대해 사용허가를 내주는 것이다. 집 회천막은 도로사용허가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시민단체 측은 기가 차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세월호 사태 때 천막들이 건립됐던 것을 지적하며 시의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단체 관계자는 “세월호 때는 몇 년 동안 천막을 치게 해놓고 왜 우리보고는 한나절 만에 철거하라고 나무라느냐”며 “서울시는 무슨 잣대로 우리에게만 이렇게 철거를 강요하느냐”고 소리쳤다.

    한편 현재 우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구에서 지적한 천막을 모두 자진 철거한 상태다.

    이들은 “행정대집행에 들어가면 벌금 1000만원이 부과된다고 해 자진 철거했다”며 “천막이 건축물이냐 설치물이냐 그 분류에 따라 위법인지 합법인지 나눠진다고 한다. 자세한 사항을 알아본 뒤 집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