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
  •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그쪽 동네 온갖 비리와 거짓말은 새삼스러울 게 없으니 그런가 보다 치고, 다른 위정자들은 평화주의자 정도의 탈을 쓰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몰랐다고 치고, 전향 여부 또한 대답 못 하겠다고 말한 사람 한둘 아니니 넘어간다 치고,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자유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지켜나가야 할 법무부장관 후보가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청문회에서 국민에게 고백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도 가장 큰 충격.

    사회주의자 법무부장관이 자유대한민국의 법을 지킨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고 말하기도 고양이에게 미안하고.

    문제는 사회주의는 곧 공산주의 지향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도 그에 대한 공포가 전혀 없다는 거. 그럼 대뜸 자본주의는 완벽하냐? 하고 묻는다는 거.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자본주의, 양극화, 재벌, 착취, 물질만능주의라고 세뇌세뇌세뇌.. 오히려 사회주의에 대한 로망까지 크다는 거. 엉뚱하게도 전혀 사회주의 사상에 바탕하지 않은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상상한다는 거.

    그래서 조국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거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의 사상이 필요하다."고. 이제는 그 누구든 나는 사회주의자야, 하고 대놓고 말해도 괜찮다고, 국민들이 잘 소화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대통령이 "나는 공산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해도 국민은 그런가‘봉가’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지워졌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에서도 하지 않았을 테고, 문학에서도 거의 다 지워졌다. 조지오웰의 <1984>나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를 언급하고 해석할 때도 ‘공산주의라는 용어는 거의, 절대로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권력, 독재, 스탈린에 대한 비판 정도로 해석되기 일쑤.

    말 잘 하고 학력 좋고 돈 잘 벌고 번드르르 잘생기기까지 한 약혼자가 "나는 바람둥이야."라고 고백한 것과 같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근데 나, 너 만나기 전에 좀 진하게 놀았어. 그치만 지금은 너랑 꼭 결혼하고 싶어. 다만 결혼에는 좀 모순이 있잖아.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좀 필요하지. 나는 너랑 결혼할 거야. 그런데 나는 어쩔 수 없는 바람둥이야. 자유로운 바람둥이지. 이해하지?"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했는데도 사랑에 홀라당 빠진 우리 철부지 아가씨. 그래도 좋다는데 어찌해야 할까. 겪어봐야지. 당해봐야지. 번 돈은 몽땅 딴 년한테 가져다 바치고, 애는 배고프다 울고, 하얀 밤 까맣게 지새우며 눈물 콧물 쥐어짜야지. 속이 다 잿더미가 되어서 벽에 이마 좀 찧다가 새벽에 들어온 남편 바짓가랑이 붙잡고 매달리다 너 죽고 나 죽자, 부엌칼이라도 드는 때가 와야 지금 이 결정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랑가 ‘봉가’.

    p.s. 우리 천재소녀 조민양의 봉가봉가, 마약일세.

    출처 : 김규나 작가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yuna.kim.90)

    - 소설가 김규나(장편소설 <트러스트미> <체리 레몬 칵테일>, 산문집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저자
  • ▲ 김규나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 김규나 작가
    ▲ 김규나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 김규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