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백준 진술 의심… 소환요구 계속 불응하다 "증인신청 안받겠다" 밝히니 출석
  •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3일 서울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본인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3일 서울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본인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는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의 '핵심 증인'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대부분 김 전 기획관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진술을 근거로 한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두 핵심 증인인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이 서로 불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여 총 아홉 차례 증인으로 불렀으나 그는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두문불출하던 그가 지난 13일 돌연 자신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다며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7일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변호인단에 "김백준에 대한 증인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 뒤다. 

    김 전 기획관은 그동안 재판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재판부에 "건강이 안 좋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 12월 시작됐고,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기일이 처음 잡힌 것은 지난 1월이다. 1월부터 8월까지 7개월 동안이나 법원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았던 건강이 증인신문이 없다고 하자 갑자기 나은 셈이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5월21일에도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기습 출석'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역시 같은 달 8일, 앞선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재판부가 "소환장도 송달이 안 되고 구인장도 집행이 되지 않으니 김백준에 대한 증인신문기일을 더 이상 잡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한 뒤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김 전 기획관이 자신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으니 다음날인 22일로 증인신문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였으나 김 전 기획관은 22일 증인신문에 또 다시 불출석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김 전 기획관의 주장대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김 전 기획관이 법정에 나오기 '적절한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그의 건강이 회복된 것이거나, '적절한 시기'에 대한 정보를 그가 어떠한 루트를 통해 수집하고 있거나다.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한다. 지난달 17일 공판에서는 "검찰 측에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청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가 여러 차례 증인신문을 거부해 진술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혐의를 입증하려면 검찰이 증인신청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검찰로서는 진퇴양난이다. 증인신청을 할 경우 김 전 기획관이 변호인단의 신문에 맞서 공소 취지에 맞는 답변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증인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공소사실의 대부분이 그의 진술을 근거로 한 만큼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검찰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