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22차 공판… 김창모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양승태 지시 듣지 못했다"
  • ▲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뉴시스
    ▲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양승태(70·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심에서 외교부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실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과 ‘일제 강제징용 대법원 재상고심’을 두고 외교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9일 오전 10시 417호 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61·12기)·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의 2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창모 전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4년 2월~2016년 2월까지 2년간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으로 근무했다.

    김 전 심의관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2015년 7월 20일자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추진 문건’, 2015년 7월 2일자 ‘외교부 설득 방안 문건’ 등을 임종헌(60·16기) 전 기획조정실장 지시로 작성했다.

    검찰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외공관 법관 파견’을 위해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심을 외교부 입장대로 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심의관은 검찰과 피고인 측 신문 과정에서 이를 부정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김 전 심의관은 “‘외교부 설득 방안 문건’에서 ‘대법원 강제징용 재상고심에 외교부 입장 을 최대한 반영한다’고 돼 있는데, 이런 보고서를 이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외교부 국제법률과장, 국제법규과장을 만났는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당시 그런 인식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임 전 기조실장이 재외공관 파견 문제를 두고 청와대·외교부 등과 협의한 사실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잘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주오스트리아 법관 파견, 국익에 도움” 

    그는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법관 파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상의하고 관련 설명자료를 외교부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등의 업무는 정당한 업무범위에 속하는 것이냐”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질문에는 “정당하다는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나 제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심의관은 이어 “법관을 재외공관에 파견하는 문제는 사법부가 비밀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처장이 (주요 문건 등을) 지시하거나 (실제) 추진했다고 듣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주오스트리아에 법관을 파견하는 일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김 전 심의관은 설명했다. 주요 국제기구가 있는 오스트리아에 법관이 파견되면 향후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에 한국 재판관이 진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 국가 위상 강화, 국익 등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한편 검찰 측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외교부 추가설득방안’ 문건에 있는 ‘신일본제철사건에 있어 외교부 입장을 최대한 반영’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집중 신문했다. 김 전 심의관은 “이는 외교부와 거래하려는게 아니고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며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심에서 외교부 입장을 반영하려는 인식도 당시에 없었고 실제 신일본제철 사건을 검색하거나 재판을 확인한 적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