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중립성 훼손… 정무직 공무원 임용되면 사직”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추진
  •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뉴데일리 DB
    ▲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뉴데일리 DB
    대학교수가 정치에 참여하는 이른바 ‘폴리페서’(정치인과 교수의 합성어) 논란을 막기 위한 ‘폴리페서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9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사태를 방지하자는 법안이다.

    조 전 수석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후 법무장관 입각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전 직장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신청서를 내 ‘학생의 학습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 전 수석이 ‘휴직’ 상태로 수년간 학교를 떠나 있을 경우 교수 충원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각에선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 사태’로 빚어진 ‘폴리페서 방지법’의 내용과 법조계 의견을 들어봤다.

    정갑윤·한선교 두 자유한국당 의원은 8일 일명 ‘폴리페서 방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정 의원은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등 두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 의원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 모두 ‘대학교수가 장관(국무위원) 등 공무원에 임용되면 대학에서 휴직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조국 사태’를 방지하자는 의미다.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43조의 2는 교육공무원의 퇴직 사유를 명시했다.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행위로 파면·해임되는 등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된 경우 △횡령·배임한 경우 △뇌물을 수뢰한 경우 등에 한해 교수 등 교육공무원은 퇴직해야 한다.

    “폴리페서 때문에 학문 중립성 훼손”

    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이 퇴직 사유에 ‘교원이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경우’를 넣자는 것이다. 장관(국무위원) 등 임명직 공무원이 여기에 속한다. 정 의원은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제57조에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도 비슷한 취지다.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교수·부교수·조교수·강사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휴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무직 공무원으로 가려면 사직하고 자리를 이동하라는 의미다.

    이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학문의 중립성, 학생 학습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교수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기간 대학은 새로운 교원을 충원하지 못해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는 우려 역시 법안 발의 배경이다.
  • ▲ 정갑윤(사진)·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8일 '폴리페서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종현 기자
    ▲ 정갑윤(사진)·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8일 '폴리페서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종현 기자
    정 의원은 “전문성을 가진 교수의 정치참여는 긍정적이나, 먼저 신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학생들의 권리부터 보호하는 게 스승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 역시 “학자라면 자신의 입신양명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정무직 공무원이 되길 원한다면 차후에 복직하더라도 휴직서가 아닌 사직서를 제출해서 교수의 공백을 막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법안을 두고 ‘학생의 학습권’과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생의 학습권’ VS ‘직업 선택의 자유’ 충돌 가능성은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학교수 같은 경우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활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전제하며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퇴직해야 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학습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로, 양 기본권의 충돌을 어떻게 조절할지는 입법적 문제인 것 같다”고도 말했다.

    다만 “조국 전 수석의 경우 로스쿨에서 형사법 교수가 부족한데 조 전 수석 때문에 교원 부족이나 학생 학습권이 침해되는 거 아닌가”라며 “정치활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오래 학교를 비운) 조 전 수석에 대한 도덕적 측면의 비판 가능성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모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법안의 경우 교수냐, 정무직 공무원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건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아예 침해하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중대한’ 침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조 전 수석의 경우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이다 보니 휴직만 하면 다른 교수를 뽑지 못해 실제 수업이 줄거나 이러면서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측면이 있긴 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에는 일견 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2017년 5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휴직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