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중립성 훼손… 정무직 공무원 임용되면 사직”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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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가 정치에 참여하는 이른바 ‘폴리페서’(정치인과 교수의 합성어) 논란을 막기 위한 ‘폴리페서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9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사태를 방지하자는 법안이다.조 전 수석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후 법무장관 입각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전 직장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신청서를 내 ‘학생의 학습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 전 수석이 ‘휴직’ 상태로 수년간 학교를 떠나 있을 경우 교수 충원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반면, 일각에선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국 사태’로 빚어진 ‘폴리페서 방지법’의 내용과 법조계 의견을 들어봤다.정갑윤·한선교 두 자유한국당 의원은 8일 일명 ‘폴리페서 방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정 의원은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등 두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 의원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 모두 ‘대학교수가 장관(국무위원) 등 공무원에 임용되면 대학에서 휴직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조국 사태’를 방지하자는 의미다.현행 교육공무원법 제43조의 2는 교육공무원의 퇴직 사유를 명시했다.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행위로 파면·해임되는 등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된 경우 △횡령·배임한 경우 △뇌물을 수뢰한 경우 등에 한해 교수 등 교육공무원은 퇴직해야 한다.“폴리페서 때문에 학문 중립성 훼손”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이 퇴직 사유에 ‘교원이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경우’를 넣자는 것이다. 장관(국무위원) 등 임명직 공무원이 여기에 속한다. 정 의원은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 제57조에도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한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도 비슷한 취지다.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교수·부교수·조교수·강사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휴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무직 공무원으로 가려면 사직하고 자리를 이동하라는 의미다.이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학문의 중립성, 학생 학습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교수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기간 대학은 새로운 교원을 충원하지 못해 교육의 질이 낮아진다는 우려 역시 법안 발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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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전문성을 가진 교수의 정치참여는 긍정적이나, 먼저 신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학생들의 권리부터 보호하는 게 스승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한 의원 역시 “학자라면 자신의 입신양명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정무직 공무원이 되길 원한다면 차후에 복직하더라도 휴직서가 아닌 사직서를 제출해서 교수의 공백을 막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다만 이 법안을 두고 ‘학생의 학습권’과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학생의 학습권’ VS ‘직업 선택의 자유’ 충돌 가능성은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학교수 같은 경우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활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전제하며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퇴직해야 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의 학습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로, 양 기본권의 충돌을 어떻게 조절할지는 입법적 문제인 것 같다”고도 말했다.다만 “조국 전 수석의 경우 로스쿨에서 형사법 교수가 부족한데 조 전 수석 때문에 교원 부족이나 학생 학습권이 침해되는 거 아닌가”라며 “정치활동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오래 학교를 비운) 조 전 수석에 대한 도덕적 측면의 비판 가능성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익명을 요청한 이모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법안의 경우 교수냐, 정무직 공무원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건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아예 침해하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중대한’ 침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특히 조 전 수석의 경우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이다 보니 휴직만 하면 다른 교수를 뽑지 못해 실제 수업이 줄거나 이러면서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측면이 있긴 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에는 일견 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2017년 5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휴직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