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자사고' 측 "교육청 답변 없는 ‘깜깜이’ 청문"…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예고
  • ▲ 23일 숭문고 전흥배 교장은 시교육청과의 자사고 재지정 청문에 대해 '일방적인 소명'이라 평했다. ⓒ 이기륭 기자
    ▲ 23일 숭문고 전흥배 교장은 시교육청과의 자사고 재지정 청문에 대해 '일방적인 소명'이라 평했다. ⓒ 이기륭 기자
    “요식행위 청문에 울분을 토하고 싶다.”

    23일 오전 11시 10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40분 동안 시교육청에서 열린 '청문(聽聞)'을 마치고 나온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를 위한 청문을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22일 경희고·배재고·세화고를 대상으로 청문을 진행했었다.

    22일에 이어 이틀째 열린 청문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의 릴레이 집회도 열렸다. 서울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 소속 학부모들은 이날 청문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시교육청 앞에서 '2차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 릴레이 집회'를 통해 자사고 재지정 취소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청문이 열린 숭문고·신일고 순으로 릴레이 집회가 진행됐다. 이대부고 학부모들은 집회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사고 학부모 “조희연 내로남불·조폭행정하고 있어”

    이날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북과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자사고 지켜줘", "교육부 무능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학부모 300여명은 한 목소리로 '조희연 교육감의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 정책 집행'과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의한 학교 현장의 혼란’ 등을 지적하며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규탄했다.

    숭문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조 교육감이 생각하는 자사고·외고의 유효기간은 본인의 아들(장남 명덕외고·차남 대일외고 졸업)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였냐"며 "내로남불·조폭 행정이 따로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전 정권에서 만든 정책이라서 무조건 '적폐'로 모는 현실에 자사고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교육감의 정치신념으로 왜 학생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오죽하면 고3 부모가 거리로 나왔겠느냐"라며 "학부모를 거리로 내모는 조희연 교육감은 반성해야 한다"고 개탄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 ▲ 23일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2차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 릴레이 집회'를 열었다. ⓒ 이기륭 기자
    ▲ 23일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2차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 릴레이 집회'를 열었다. ⓒ 이기륭 기자
    청문을 끝내고 나온 학교장과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10여명의 자사고 측 대표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표단은 시교육청과의 청문을 ‘자사고 측의 질문만 존재한 청문’, ‘절차로만 존재한 청문’이라며 비판했다.

    이날 청문 첫 순서였던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교육청의 답변은 거의 없었다"며 "거의 일방적인 소명뿐"이라고 시교육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교장은 "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재량 지표가 8개 있는데, 최하 점수를 받았다"며 "평가과정에서 오류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문을 통해 (시교육청이)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것에 확신이 들었다"며 "행정 소송으로 숭문고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숭문고 측 “깜깜이 행정에, 요식 행위에 불과한 청문”

    전수아 숭문고 학부모 대표는 "이건 청문이 아니다"며 "학부모 측에서 준비한 11가지 질문·요구에 시교육청은 단 하나도 대답한 것이 없다"고 했다. 숭문고는 △자사고 평가위원 공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내용 공개 △자사고 존폐에 관한 공정한 여론 조사 등을 청문에서 요구했다.

    전 대표는 "자사고 평가는 깜깜이 행정이고, 청문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이런 청문은 보이콧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문의 본 취지는 자사고 재지정 취소된 학교에 대해 그 이유를 설명해서 이해를 시켜주거나, 취소유예를 해주는 자리"라며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가 납득하도록 공개 청문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공식 청문 절차 외에 추가로 진행될 공개 청문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숭문고의 공개 청문 요구에 "청문 절차는 공식적으로 24일 종료된다"며 "이미 주재자 선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당초 서울 자사고와 학부모들의 공개 청문을 요청했지만, 시교육청 측은 원만한 진행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한편 시교육청이 24일 청문 절차가 마무리된 후 지정 취소를 교육부에 요청하게 되면, 교육부는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를 개최해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해 동의를 하면 최종 일반고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