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앞두고 '이례적' 사의…"정권 '의중' 못 맞춰 총선 앞두고 사퇴 압력" 의혹
  • 이효성(68·사진) 방송통신위원장이 전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형식은 '자진 사퇴'이나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송계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2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송정책'이나 '가짜뉴스' 대응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방통위가 여러 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지난 연말부터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위원장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가짜뉴스 규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시간에 방통위가 발표한 가짜뉴스 대책이 미흡하다며 이 위원장을 면전에서 꾸짖은 사실이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10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과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처벌을 지시한 뒤 이를 통제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공동대응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의 '자율 규제' 방안을 내놓고, 지난달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허위조작 정보 자율규제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시를 이 위원장과 방통위가 거부하면서 청와대와의 '마찰'이 불가피해졌을 것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 소식통은 "뿐만 아니라 KBS가 '속초 산불 사태'를 늑장 보도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고 (청와대 외압에 따른) 시사프로그램 결방 의혹이나 '자유한국당 횃불 로고 방송 사고' 등으로 '공영방송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이 위원장에 대해 '방송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장으로서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질책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이효성 사퇴 배경에 정부압박 의혹 제기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배포한 '이효성 찍어내기 의혹, 21대 총선 편파방송 전주곡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문재인 정권은 '가짜뉴스'를 '범죄와의 전쟁' 선포하듯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미명 아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위원장은 언론·국정감사 등에서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해 '진실 판단에 정부 개입은 위험하다'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더 이상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며 "공·사석에서 언론학자의 소신과 양심을 지키겠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 문제 외에도) 현재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종편 의무편성 폐지, 종편 방발기금 징수율 상향, 종편 재승인, JTBC 무상감자 심사 등의 현안들이 가득한데,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 사퇴를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권 말을 잘 듣는 위원장으로 교체해 내년 총선에서 행동대장으로 쓰려는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더욱이 방통위는 독립기구로 위원장 임기가 법으로 3년이 보장된다"며 "이 위원장의 임기가 내년 8월까지로 1년이나 남았고, 결격사유도 없는데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총선을 목표로 하는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다음 달 중순부터 8일간 미국에 가는 출장계획이 지난달 확정됐다"며 "한 달 뒤 사퇴할 사람이 출장 일정을 왜 잡나. 누군가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거나 압박한 게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이효성 "文정부 성공 위해 자진 사퇴"


    앞서 이 위원장은 22일 경기도 과천 방통위 기자실에서 2년 간의 방통위 성과를 발표한 뒤 "지금 문재인 정부는 2기를 맞아 대폭의 개편을 진행하려 한다"며 "1기 정부의 일원인 제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새로운 구상과 팀워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전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한 연합뉴스는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위원장이 내달 중폭의 개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인선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그만두겠다는 뜻을 청와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차기 방통위 이사장으로 표완수 시사인 대표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인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표 대표는 YTN 대표이사 사장과 오마이뉴스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 변호사는 '삼성X파일' 사건 당시 이상호 전 MBC기자의 변호를 맡아 유명세를 탔던 인물. 2009~2012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